[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법을 담은 정부안 도출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다만 최근 한일 간 한 두 가지로 좁혀진 해결안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부의 피해자측 면담도 재개되면서 방안 도출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징용 배상 해결’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 정식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조기 해결한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를 직접 만난데 이어 서민정 신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다음달 7일 다시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측을 만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 국장이 광주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관인사들을 만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 국장은 광주 일정 이전에 서울에서도 피해자측 유관인사를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 국장이 한일 간 좁혀진 해결안에 대해 피해자측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인 16일 “한일 당국 실무자간에 한 두 개의 해법으로 좁혀졌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전망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특정 해법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신임 국장으로서 인사드리고, 피해자측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외교부 당국자도 “한일 간 한 두 가지로 좁혀진 안을 놓고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고, 최근 윤덕민 주일대사가 윤 대통령의 연내 방일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한일 간 징용 해법 도출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동안 한일 간 빈번한 협의를 통해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행, 즉 우리 사법 시스템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그동안 일본정부는 대법원 판결 자체를 부인하면서 배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한일 협의에 따라 일본정부가 이 문제에서 기존 입장을 얼마나 바꿀지 여부가 관건이다.
또 외교부가 그동안 징용 배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차례 개최한 민관협의회 결과 징용 문제 해법에서 정부예산을 들인 대위변제 방안은 배제된 상태이다. 대신 재단에서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이 유력해졌다. 이럴 경우 일본 기업의 참여 및 사과가 필요한데 민관협에서는 이를 일본측에 강제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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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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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징용 피해자들을 놓고 볼 때에도 소송 당사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다 빨리 배상금을 받고 싶은 경우, 또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등 피해자들의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광주의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29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의 신속한 현금화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외교부의 의견서로 대법원이 미쓰비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에 대한 판결을 늦추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양 할머니는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미쓰비시 위자료 지급 판결의 당사자로서 정부가 검토 중인 병존적 채무인수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는 피해자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쓰비시가 이행을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의 국내자산을 압류·매각해 배상금을 받게 해달라’는 소송을 또다시 낸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일 간 합의 못지않게 피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국민여론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앞으로 민관협보다 확장된 형태의 논의장 마련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4차례 민관협의체 종료 이후에도 보다 외연을 확장한 형태로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그 시기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외교부는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측과 지원단체 전문가와 소통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첫 단추가 징용 배상 해결인 만큼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는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등 현안을 풀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때 징용 문제 해법부터 손에 쥐어야 한다. 지금 한일 간 논의되고 있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에 대해 광주의 양 할머니측처럼 반대하는 피해자가 있다. 또 그 방안에 채권자들의 동의가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법률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으므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국민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신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법 방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의견수렴의 필요성을 반복해 말하고 있다. 따라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방한해 열릴 차기 한일 국장급협의 결과도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일본 시민단체들이 30일 일본 정부와 기업에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도쿄 중의원의원회관에서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인 지금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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