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고속 4150억 인수
막판 계약무산 가능성 난무…안간힘 '결실'
'금호고속=호남'…고유브랜드 시너지 기대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숙원이 마침내 풀렸다. 그룹의 뿌리인 금호고속을 4150억원에 인수하며 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는 금호고속 매각에 최종 합의했다.

IBK펀드는 금호그룹에 금호고속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4150억원에 매각키로 하고 26일 본계약을 맺었다.

먼저 금호그룹은 계약금으로 500억원을 현금으로 내기로 했다. 이후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가 끝나는 대로 나머지 인수대금을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IBK펀드 관계자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통합 매각 처리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금호그룹에 부여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존중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상호 윈윈’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상호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금호고속 매매 계약을 종료하게 됐다”며 “뿌리 기업인 금호고속 재인수를 계기로 그룹 재건에 사활을 걸 계획"이라고 했다.

호남의 대표 기수였던 금호고속은 지난 2012년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됐다. 그 뒤 2년의 매각 유예 기간을 거쳐 작년 매물로 나왔으며, 금호아시아나는 이때부터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IBK펀드는 지난 2월23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금호아시아나 측에 금호고속을 4800억원에 인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금호그룹이 인수자금 마련에 난항을 맞고, IBK펀드가 매각가 극대화를 꾀하면서 양측은 합의점 도달에 실패를 거듭해왔다.

   
▲ 금호고속 제공

우선매수청구권 협상 종료 기한인 이날까지도 매각가격과 금호리조트 지분 분리 여부 등 계약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일각에선 계약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지만, 양측이 마지막까지 성실한 협상을 벌인 결과 IBK펀드가 금호아시아나의 확고한 의지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제3자가 금호고속을 인수할 경우 ‘금호’라는 고유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이점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또 금호고속이 호남을 대표하는 금호아시아나의 모태기업인 만큼 다른 그룹이 인수하기 부담스러운 매물이라는 지적도 빈번하게 나왔다.

광주·전남 지역 주민과 금호고속 임직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이용 급감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한때 인수시장에서 금호고속의 매각 가치가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몸값 부풀리기가 만연했으며, 이런 측면에서 금호아시아나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