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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산업부 김세헌 기자 |
기업인 과잉범죄화, 기업가정신 위축…경제적 손실 부메랑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주체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한 은행 광고를 되짚어보면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기업은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다. 기업이 망하는 나라는 경제도 망한다.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이 도미노처럼 연쇄 부도에 쓰러졌다. 우리 사회는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대란에 직면했다.
우리나라엔 총 340만개의 기업이 있다고 한다. 근로자 수는 약 1500만명으로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국민 대다수가 직간접적으로 기업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노력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언제부터인가 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오명과 누명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각에서 맹목적으로 보일 만큼 기업을 공격적으로 몰아부쳐 논란을 빚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목 아래 다수의 기업이 억울한 누명과 무자비한 공격에 무력감을 보이며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경영진과 구성원의 판단과 지속적인 노력에 기업의 운명은 수시로 바뀌지만 사회와 시장의 차가운 시선이 기업의 생사를 단번에 결정짓는 시대다.
기업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라 평판과 낙인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곧 주가하락, 국내외 조달시장에서의 배제 등 벌금보다 더 큰 시장의 처벌을 동반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세계은행의 기업규제평가에서 한국의 순위가 상승세를 보여 왔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개선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암초처럼 도사리고 있는 규제로 인해 기업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검찰수사나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물결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형사처벌 조항을 가진 규제입법이 대폭 늘어나면서 기업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지난 2008년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형벌규제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법집행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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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규제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같은 우려 속에서 일각에선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 준수 미달이나 업무상 배임과 같은 사안에 대해선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다. 배임죄의 경우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준법경영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등 활동을 조심하더라도 언제 어떤 식으로 법률 리스크가 나타날지 모르며,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기업에 대한 과잉범죄화 현상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경제적 손실로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선진국은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광범위한 영역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규제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영국은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규제개혁은 경제주체인 기업과 여론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으며, 개혁하려는 규제의 범위도 넓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규제 개혁 과정에서도 충분히 참고할만 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양적인 규제개혁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할 때다. 경제주체의 입장이 적극 반영된 경제민주화, 나아가 경제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