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회피' 목적의 매도물량 쏟아질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2년 유예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올해 주식시장 폐장 직전까지 이 문제를 끌고 오면서 불확실성이 충분히 커진 데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10억원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결국 ‘대주주 기준 회피’ 목적의 연말 매도물량 출회를 올해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당장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가 결국 2년 유예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예산안 및 부수법안 등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금투세 유예가 확정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금투세 유예 자체는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 있다. 일선 증권사 가운데서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전산 준비가 미비한 곳이 존재할 정도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도 금투세 유예를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내용의 안내를 전하기도 했다.

오히려 시장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으로 유지된 점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모습이다. 이번에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주주 기준을 현행보다 90억원 많은 100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주장해왔지만, 야당과 절충하는 과정에서 결국 10억원 기준이 유지됐다.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긋나면서 올해 연말 주식시장에서도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올해는 남아있는 거래일 동안 매도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체 증시 하락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대주주 기준 회피물량이 연말에 출회됐다가 연초에 다시 회수되는 패턴 자체는 늘 반복돼온 것이다. 작년의 경우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개인들이 8조50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폐장 전 마지막 날인 28일 하루에만 3조1587억원의 물량이 나왔다. 올해의 경우 대주주 기준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진작 나왔어야 할 물량이 더욱 급박하게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오후까지 코스피는 전일 대비 약 1.5%, 코스닥은 약 2.65% 급락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간밤 미국 증시가 급락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눈에 띄는 악재 없이 내리는 것치고는 상당히 큰 낙폭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떠나서 정책 혼선이 있었던 만큼 이번 유예는 적절했던 조치”라면서도 “대주주 기준 완화 문제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데 이번에도 성과 없이 논의가 끝난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