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경제·사회 이슈 한 권에…찬성-반대-생각하기 3단계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스위스처럼 안락사를 허용해도 될까?, 취약계층을 위한 빚 탕감 정책, 지속해야 할까?,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근로자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경제위기에도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해야 할까?

   
이 질문들은 꽤 오랜 시간, 또는 가까운 시점에서 출발하여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이슈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하나로 귀결된다.수혜자가 있으면 피해자까지는 아닐지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문제, 그게 바로 쉽게 풀리지 않는 쟁점들이다. 따라서 쉽게 답을 낼 수도 없다.

다양한 가치가 부딪히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난제들이다. 이런 문제는 어느 누구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쉽게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찬반 양쪽 입장을 충분히, 객관적으로 들어보는 토론이 필수적이다. 

해결의 접근법을 '찬성-반대-생각하기'라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선택을 돕는 토론에서 혜안을 찾자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12년, 신문사 근무로는 33년째 일하고 있는 허원순 기자가 그때 그때 '갈등의 중심'에 섯던 이슈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오랜 시간 논설위원으로 일하며 첨예한 갈등 사안에 대해 자기 논리를 세우는 법을 보여준 저자는 주요 시사이슈 70개를 선별 '찬성-반대-생각하기'라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는 법을 담았다. 

나와 다른 관점을 통해 상식의 범위를 넓히고, 나아가 사고의 깊이를 더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게 돕는 것, 그것이 토론의 힘이라는 걸 보여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은 그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많은 정보를 SNS를 통해 얻는 세태는 이러한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소위 'SNS 알고리즘'에 의해 자기와 같은 생각을 담은 콘텐츠만 더 자주 접하게 되고, 다른 관점은 접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러나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립을 넘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주요 시사이슈 70개를 골라 찬성·반대 양쪽의 근거 자료를 모두 풍부하게 담고,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했다. '사설을 잘 쓰기 위해 해당 아젠다의 핵심 요소와 찬반 양쪽의 입장을 적확하게 파악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매일 훈련을 해왔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는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책 속에는 경쟁 대 규제, 고용 대 노동, 성장 대 복지 등 매일 수많은 가치와 첨예한 이슈가 충돌하는 사회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야만 하는 절심함과 소통의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70가지의 뜨거운 이슈들에 대한 찬반토론이 이어진다. 4부로 이루어진 책 속에는 경험했던, 해결해야 할 이슈들에 혜안을 제시한다.

1부 '가치의 충돌'에서는 시사이슈 전반을 다채롭게 다뤘다. 카카오 '먹통 사고', 이태원 참사 등 최신 뉴스부터 안락사, 촉법소년 연령 조정, 난민 수용, 수업자료의 저작권, 지하철 무임승차, 수술실 CCTV 설치 등 꾸준히 논쟁거리가 되어온 주제들에 대해 짚어보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치들이 부딪치는 양상과 찬반양론 각각의 근거를 소개하고 있다.

2부 '경쟁과 규제'에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과 정부의 개입 및 규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발생한 피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중소 사업자의 대출 신용도를 낮추지 말라고 은행에 요구하고, 자영업자들을 위해 상가임대료 통제안을 내놓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쌀 의무 매입, 분양가 상한제 등 긴 시간 논란이 되어온 이슈들도 다뤘다.

3부 '고용과 노동'에서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주 4일 근로제, 정년연장 등 일터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에 관한 찬반양론을 소개하고 있다. 새롭게 시행된 가사근로자법과 공기업 노동이사제, 강화되고 있는 기업의 채용 건강검진,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까지 폭넓게 다루며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합의점을 모색한다.

4부 '성장과 복지'에서는 정해진 답이 없는 '분배와 격차 해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직난에 시달린 지 오래인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현금 지원 정책과 결혼 유도를 위한 청년 주택 정책, 취약 계층 빚 탕감 정책에 대한 찬반양론을 제시하는 한편,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 등 각종 세금 정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도 다뤘다.

저자는 일관되게 찬반 양쪽 주장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마지막 '생각하기' 단계에서는 각 주장을 현실에 대입했을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3단계를 거치면 조금씩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70개의 지적 토론을 차분히 좇아온 독자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다듬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훈련 과정을 오롯이 보여주는 이 책은 수많은 문제와 갈등 속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마중물 역할로 부족함이 없다. 책은 논술에 대비하는 고등학생,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더 탄탄한 생각의 힘을 보태는 실용서로 제격이다. 아울러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는 교양서로서 일독을 해 볼만하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