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인텔·퀄컴, 일본 키옥시아 등 투자 축소
삼성전자 “감산은 없다”…업황 상관없이 투자 지속 중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긴축 정책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감산은 없다”며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왔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향후 3년간 국내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이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9월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투자와 관련된 질문에 “투자를 업 앤 다운에 의존하기보다 꾸준한 투자가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달 미국 테일러시에 짓기로 한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2개의 파운드리 팹으로 구성된 테일러 공장은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가 투입된다.

여기에 더해 1700억 달러(한화 약 220조 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추가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도 추진 중이다. 

평택캠퍼스 반도체 4공장(P4)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경 외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또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한 평택 3공장에 내년 하반기까지 12인치 웨이퍼 월 생산량 10만 장 규모의 D램·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에 예상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전체 직원의 10%를 감축하는 한편 D램과 낸드플래시 20% 이상 감산, 올해 대비 내년 설비투자 30% 이상 축소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급감한 인텔은 3년간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6850억 원)의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퀄컴도 채용을 동결하고 각종 사업비 삭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키옥시아도 감산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제품 감산과 내년 투자 50% 축소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긴축 경영은 경기 불황이 지속된 여파가 크다. 기업들의 시설 투자로 생산은 늘었지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고금리 영향으로 가계 실질 소득이 줄면서 TV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보다 15~20%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D램값은 13~18%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긴축 경영’을 택한 가운데 여전히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와 무관하게 내년도 실적은 악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나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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