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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2022년이 저물었다. 여러모로 참 힘든 한 해였다.
3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치솟는 금리로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집값과 주식 등은 폭락하고 있다.
국내 정치는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노골적이다.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믿기 힘든 대참사가 벌어져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우울한 얘기들로만 한 해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 그나마 좋은 기억을 한 자락이라도 끄집어내 답답한 마음을 다스려보고 싶다.
올해 있었던 좋은 기억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릴 만한 흐뭇하고 감동적인 기억이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16강의 성적을 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소기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사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1승 1무 2패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 1차전을 0-0으로 비기고, 가나와 2차전에서는 2-3으로 졌다.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조 2위로 가까스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전에서는 강호 브라질을 만나 1-4로 대패했다.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가장 많은 지지와 박수를 받았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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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혼을 발휘하며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
일단, 승리한 포르투갈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간 한국은 김영권의 동점골로 일단 균형을 맞췄다. 반드시 이겨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었던 한국에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45분도 끝나 추가시간으로 넘어간 직후 손흥민이 우리 진영에서 볼을 잡아 폭풍 드리블 질주했다. 이어 손흥민은 뒤이어 질주해 상대 문전으로 침투한 황희찬에게 절묘한 전진패스를 찔러줬고, 황희찬은 지체 없이 슈팅해 극장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지만, 16강이 확정될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같은 시각 열린 우루과이-가나전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가려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루과이가 가나에 2-0으로 이기고, 한국은 우루과이와 동률에 골득실까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감격적인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단순히 포르투갈전 한 경기로 그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속된 말로 '죽기살기로' 뛰었다. 상대팀보다 뒤지는 기량은 한두 발 더 뛰는 것으로 만회했다. 손흥민의 마스크로 대표된 '투혼'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첫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한 김민재는 파가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테이핑을 꽁꽁 한 채로 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했고, 황인범은 경기 중 머리를 부딪혀 피가 나자 붕대를 감고 뛰었다. 체력이 바닥났을 법한 경기 막판에도 태극전사들은 뛰고 또 뛰었다.
사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무엇보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이 큰 걱정이었다. 손흥민은 월드컵 개막을 불과 3주 정도 앞두고 소속팀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눈 주위 뼈 4곳이 골절돼 수술까지 받았다. 정상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경기에 출전하기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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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SNS |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에 합류했고, 4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캡틴'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며 이끌었고, 포르투갈전 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어시스트도 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국 축구대표선수들이 보여준 이런 놀라운 투지는 '중꺾마' 열풍을 일으켰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MZ 세대식 줄임말인 '중꺾마'는 비단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국한된 메시지만은 아닐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여건이나 상황이 안 좋아도, 희망이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꺾이지 않는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가자는 이 말은 평범하면서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2023년이 밝아온다. 새해 새 희망을 품기에는 여건이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코로나19도, 우크라이나 사태도, 경제도, 정치도, 분열된 사회도, 2022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경제 위기 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한 해를 맞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한다.
다시 손흥민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은 수술까지 받는 큰 부상을 당한 후 월드컵 출전 여부로 관심을 한몸에 받을 때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역경을 딛고 월드컵을 무사히, 빛나게 치르며 커다란 감동을 안겼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많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중꺾마'로 버티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2023년이 끝날 무렵, 우리에게 더 많은 '손흥민들'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감사하며 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기를…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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