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만기 32조원 육박…금융위기 '뇌관' 가능성 제기
[미디어펜=김준희‧이원우 기자]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건설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올해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증권 물량만 3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금리 인상·신용등급 하락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건설사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파는 건설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증권사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형편이다.

   
▲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부동산PF 시장 부실 가능성으로 건설‧증권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사진=김상문 기자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작년 12월 30일 발행분까지 포함해 1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유동화사채 포함 17조원에 달한다. 당장 오는 2월에 10조원, 3월에 5조원어치가 예정돼있다.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ABCP 규모만 따져봐도 도합 32조원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자금시장 경색이 심했던 작년 10~11월 PF ABCP를 차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3개월가량이던 만기가 1~2개월로 줄어들면서 연초에 만기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 위축으로 건설사 자금조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관리 능력이 어느 해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PF 부실화 가능성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주제”라며 “PF 위험성이 강조돼 당분간 PF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PF ABCP의 경우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증권사가 건설사가 신용보강에 나선 경우가 많아 개별 사업장의 장기 미분양이나 사업 지연이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가 이번 사태에 함께 숨죽이고 있는 이유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증권업계에 대한 산업 전망을 잇달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높은 금리 수준과 투자심리 위축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되면서 이익창출력은 저하되고 투자손실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건설사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PF 우발채무 증가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수익성은 하락하는 가운데 자금조달‧생산 비용은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어느 해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2023년 안정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증권사들의 경우 채무보증을 적극 제공한 증권사들의 유동성‧자본신뢰성 문제가 올해 안에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PF 노출 규모(익스포저)는 작년 9월 말 기준 24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약 37%에 달한다. 

부실 위험이 높은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익스포저 규모는 각각 6조8000억원, 12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험도가 더 높다. 이미 금융당국은 PF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관련 사항 모니터링에 돌입한 상태다.

건설시장과 금융시장이 동시에 위기를 맞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부동산 PF 안정화 방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동산 PF 보증을 5조원 확대하고 미분양 PF 보증 5조원을 신설해 이달부터 조기 시행한다.

또 1~3개월가량 단기 PF ABCP를 만기가 긴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HUG와 주택금융공사(HF)가 사업자보증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실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PF 사업장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한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