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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경제부 차장 |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테슬라 주가 차트를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테슬라를 몇 주나 가지고 있건, 아니 설령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해도 수많은 ‘서학개미’들에게 테슬라는 단순히 하나의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상징이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그래프처럼 우리의 인생도 상승하리라는 희망. 지지부진한 이 삶도 일론 머스크의 무모한 도전과 함께 자율주행 하리라는 은유.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밤에만 12% 급락했다. 작년 한 해를 통틀어보면 테슬라 시가총액 850조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대한민국 1년치 국가예산의 1.2배쯤 되는 돈이다.
어른이 돼서도 ‘산타(랠리)는 없다’는 말이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개미들의 희망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돌이켜보면 작년 내내 그랬다. 마지막까지 버텨 주리라 믿었던 시장의 거의 모든 아이콘들이 붕괴되거나 훼손됐다. 3000은커녕 2200선이 위태로운 코스피. ‘10만전자’는 고사하고 ‘6만전자’마저 무너져버린 삼성전자. 가격을 말하기에 앞서 거래소 차원의 신뢰가 흔들리는 코인(가상자산) 시장.
시장에서 거래대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를 보고 있자면 전시(戰時)가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도 재테크를 말하지 않는다. 그랬던 시절이 있긴 했던가? 주식 어플을 지우고 증권사 유튜브 채널을 구독 취소하는 개미들의 머릿속에서 ‘주식은 역시 도박’이라거나 ‘투자는 제로섬 게임’ 같은 교묘한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는 패턴을 막을 길은 이제 없어 보인다.
절망의 한복판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 중 하나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새삼스럽지만, 주가가 하락한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또 다른 진실은 ‘누군가는 사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 주가면 괜찮다 생각하고 매수를 한다. 그렇기에 거래가 일어나고, 그렇기에 주가가 떨어질 수라도 있는 것이다.
흔히 개미는 외인과 기관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경험적으로 봐도 개미들이 특히 기관에게 번번이 당하는 건 사실이다. 허나 돌이켜보면 개미들이 저점매수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케이스도 결코 드물지는 않다. 비가 오기 직전 개미집을 정돈하는 현실의 곤충들처럼 시장 속 개미들도 상승보다는 하락 국면에서 예민한 감각을 발휘하곤 한다. (그럼에도 개미들의 수익률이 대체로 낮은 건 매수보다는 매도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
단, 이 예민한 감각은 시장 안에서 버티고 있을 때에만 발휘될 수 있다. 여기에서 개미와 기관의 결정적 차이가 부각된다. 개미에겐 기관에게 없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이 감정의 끈은 지금 같은 진 빠지는 하락장을 근근이 견뎌내다 결국엔 끊어져버리고 만다. 여태 해왔던 나름의 분석이나 전망을 단번에 내다버린 채 시장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하락장에서 멘탈 관리가 안 되는 이유는 애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 가지 인정해야 할 것은 지난 2020년 이후의 시장 과열에 분명 우려스러운 점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별다른 노력이나 고민도 없이 그저 ‘사면 오른다’는 백일몽에 모두가 취해 있었던 건 아닐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떠났지만, 짙어진 그림자는 강해진 태양빛의 증거다. 이미 국내 증권사 CEO들은 “최악은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전망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여름이 없을 것 같지만 여름은 또 온다”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어제였다(1월3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
언젠가는 이 하락장도 끝날 것이다. 또 언젠가는 지금의 절망이 무색한 과열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뉴스가 낙관론으로 도배되고, 이제 다시 투자 좀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때면 그때는 이미 고점일 것이다. 모두가 낙관하는 시점은 이미 너무 늦다. 아무도 희망을 말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치열한 재테크 공부의 적기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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