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 들어 한일 간 협의가 시작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법이 이달 중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의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해결책 도출에 속도를 내왔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징용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와 정부 해결책 발표가 이달 안에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선 해결책 발표-후 피해자 설득’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일 간 이뤄진 공식·비공식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징용배상 문제에 일본측이 소극적이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초 이 문제는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나온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 1명당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었고, 피해자측은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을 팔아서라도 배상을 받겠다고 했다.
미쓰비시가 판결에 따른 배상을 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다시 미쓰비시의 국내자산을 압류 및 매각해서 배상금을 받게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렇게 4년여가 흐르면서 당시 배상판결 소송을 냈던 원고 5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 두 사람만 남게 됐다.
대법원의 징용배상판결이 나오자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2019년 7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또 한국측의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가 있으면 한일관계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윤석열정부는 징용배상 문제 해결을 외교의 중요 목표로 삼고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한 다음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을 통한 ‘셔틀 외교’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외교부는 우선 피해자를 비롯한 국내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켜 9월까지 총 4차례 전문가 및 피해자측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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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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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의회 결과 정부의 대위변제는 배제하고, 재단을 활용해 기업의 기부금을 모아 판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큰 방향이 정해졌다. 민관협은 재단이 ‘병존적 채무인수’를 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으면서도 일본기업의 참여 및 사과를 일본측에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일본측의 배상 참여 및 사죄 여부는 현 정부 외교력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의 지급 주체로서 행위를 하기 위해 재단의 정관 개정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일본언론이 발 빠르게 한국정부가 1월 중 해결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언론은 재단에 일본기업의 참여 여부나 일본측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징용배상 문제에서 판결금 조달 방안, 한국기업의 ‘선 참여’, 일본측의 사과 3가지가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단을 통해 한국 및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서 징용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2015년 위안부합의처럼 논란을 남길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생각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본기업의 배상 참여나 사과가 전혀 없을 경우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1월 중 정부의 해결책 발표는 더디기만 한 일본측 상응조치 결정을 촉구하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 만약 일본측의 상응조치가 없을 경우 정부는 해결책 발표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계속 설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양금덕 할머니 등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기업 현금화 조치를 촉구해왔고, 앞서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판결 지연 의도로 비판해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징용 문제, 특히 일본기업에 대한 현금화 문제만 해결되면 양국 정상 상호 방문을 통해 다방면에 걸친 한일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결책 발표 이후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어떤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 양금덕 할머니 외에도 소송 중인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가 1000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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