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 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중 절반 이상이 세입자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소위 '깡통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해도 세입자들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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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빌라·다세대 주택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연합뉴스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 법인 임대 사업자가 임대 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1만4936세대, 개인 임대 사업자가 가입한 주택은 19만4090세대라고 8일 보도했다.
이는 민간 임대 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임대 사업자의 보증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가입 주택을 집계한 수치다. 임대 사업자 보증 보험 가입 주택은 총 70만9026세대다. 이 중 54%인 38만2991세대는 집주인 부채 비율이 80%를 넘는다.
부채 비율은 집주인의 주택 담보 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집값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깡통 주택'으로 분류된다. 해당 주택에 대출이 없더라도 집값 하락기에 주택 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공산이 커진다.
개인 임대 사업자 보유 주택 중 깡통 주택 비율은 55.7%로 총 10만8158호다. 법인 보유 주택(53.4%)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울산(68.5%), 광주(63.2%), 인천(60.0%) 순으로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깡통 주택 비율이 높았다. 서울·경기에선 각각 59.1%, 60.6%가 개인 임대 사업자의 부채 비율이 80% 이상인 주택이었다.
특히 서울 강서구의 경우 개인 임대 사업자가 보증 보험에 가입한 주택 79%(1만22세대)가 깡통 주택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수도권에는 개인 임대 사업자의 보증 보험 가입 주택이, 이외 지역에는 법인 임대 사업자 가입 주택이 많다. 법인 보유 주택 중 깡통 주택 비율은 경남(74.3%), 전북(70.2%), 경북(67.5%)에서 높게 나타났다.
보증 보험 가입 주택은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준다. 이후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하나, 최근 사망해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 '빌라왕' 사례처럼 임대인 유고·도산·잠적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공기업인 HUG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해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반환한 전세 보증금은 9241억원에 달한다. 2021년 5040억 원 대비 83.4% 급증했다. 한 해 동안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는 1조1731억 원 규모로 집계됐지만 HUG가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지나지 않는다. 7000억 원가량 손실을 본 것이다.
HUG는 이 때문에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올해 상반기 중 정부가 출자하지 않으면 임대 보증금 보증 보험 상품을 공급할 수 없는 판이다. HUG의 보증 보험은 세입자들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최근 벌어진 전세 사기 사건에서는 보증 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어서 안심해도 된다면서 일부 임대인들이 제도를 악용한 정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신용에 의구심이 들거나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더라도 보증 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깡통 전세' 계약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시세 파악을 하기 힘든 신축 빌라는 HUG 보증 가입 시 집값을 부풀려 전세 가격을 매매 가격보다 높이기도 한다. HUG는 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 가격의 140%로 적용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 비율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올리기도 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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