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업계의 '학점'이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문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BEP) 대비 130달러 가까이 낮은 톤당 170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생산력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유가 강세 및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쳤던 탓으로, 올해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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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제공 |
실제로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2006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여수와 대산 플랜트 가동률 조정 등으로 판매량이 축소되고, 고흡수성수지(ABS)·폴리에틸렌(PE) 등의 제품 마진이 약세를 보인 탓이다. 첨단소재부문도 환율 및 메탈 가격 하락으로 양극재 판가가 인하되고, 전방 고객사 수요 둔화라는 파도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부문도 성과급을 비롯한 일회성 비용과 환율 하락에 따른 판가 인하의 영향을 받았다. 이를 포함한 총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5조 원·66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조 원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매출이 75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약 4조 원을 들여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구축하고,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위해 8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통해 난관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회사로, 미국 내 네트워크 역량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5조8000억 원·영업손실 900억 원 규모의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부정적 래깅 효과가 제거되면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역내외 증설 물량 가동 및 수요 둔화로 주력 제품 스프레드 개선이 제한된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 설비가 정비보수 등의 이유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으로, 미국 법인 적자도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첨단소재부문은 저가 원재료 투입 효과 등에 힘입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및 수소사업 합작사(JV) 설립을 비롯한 신사업 역량 확대를 이어가는 중으로, 테레프탈산(TPA)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실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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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화솔루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5000억 원·315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성소다·폴리염화비닐(PVC)·PE 수익성 하락으로 케미칼부문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부문이 힘을 냈다는 평가다. 한화큐셀은 한 때 분기 영업손실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북미·유럽을 비롯한 주력 시장 내 미드스트림 판가가 견조하게 형성되면서 '4번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와 태양광 발전소 매각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이어지고 있다.
비중국 태양광 기업이라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까지 3조2000억 원을 들여 미국에서 2.0GW 규모의 모듈 공장 등 3.3GW 안팎의 통합 생산설비를 조성한다는 방침으로, 기존 설비 및 계획과 합하면 8.4GW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IRA 법안으로 대규모 세액공제도 받게 된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매출 1조8900억 원·영업이익 2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난방 수요 증가가 기타부문 실적을 견인하고, 기능성 합성고무(EPDM) 스프레드가 높게 유지됐음에도 수익성이 급락한 것이다. 이는 △낮아진 NB라텍스 가격 △유화 수요 둔화 △정기보수 진행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급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올 1분기에도 수요 부진이 이어지겠으나, 춘절 이후 중국 수요 반등과 일회성 비용 제거 및 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 증설 효과 등이 수익성 하락폭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화물연대 파업도 실적 하락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서 "수급 전망으로 볼 때 올 상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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