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경기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고급차와 경차로 양분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완성차 판매실적이 전체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고급차와 스포츠카 브랜드는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엔트리 차급인 경차의 판매 역시 실적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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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틀리 벤테이가. /사진=벤틀리모터스 제공 |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르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0만9884대를 판매하면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30만1915대 판매에 이어 2년 연속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뿜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포르쉐 국내 판매량은 8963대로 고가의 고성능모델을 출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중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수억 원의 고가 브랜드의 상승세는 포르쉐뿐이 아니다. 벤틀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만5174대를 판매했다. 3년 연속 최대 판매 기록이다. 한국시장 판매량은 775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가장 많았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021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118년 브랜드 역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같은 실적은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크게 견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글로벌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9233대로 역시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국내에서는 403대의 판매를 기록해 2019년 173대로 100대선을 넘긴 후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고급·고가의 차량 강세와 달리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중간급의 차량보다 경차로 눈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차가 3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10만 대의 벽을 넘어섰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중대형차 선호 흐름에 치여 하락세를 걷던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 신차효과와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증가로 13만 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경차는 13만3294대로 전년 대비 38.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판매량이 3.2% 뒷걸음질 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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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캐스퍼. /사진=미디어펜 |
한국은 흔히 '소형차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경차가 외면받아 왔다. 한때 '국민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차체 크기가 큰 SUV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경차는 더 이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갔다.
그 결과 경차 판매량은 지난 2021년까지 8년 연속 감소했고 2020년 이후에는 2년 연속 10만 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10만 대의 벽을 넘은 것은 캐스퍼 등의 '신차 효과'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고유가·고금리 등 경기침체 여파 때문이다. 경차는 통상 경기 불황 시기에 잘 팔린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차 판매량이 증가해 2012년 20만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침체기를 겪던 경차 시장의 부활을 이끈 주역은 현대차 '캐스퍼'다. 2021년 9월 출시된 캐스퍼는 지난해에만 4만8044대가 팔리며 단숨에 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 8위를 기록했다. 베스트셀링카 1~10위 중 경차는 캐스퍼가 유일하다.
경차임에도 공간 활용도가 높은 SUV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귀여운 디자인, 온라인 판매 방식 등도 판매량을 견인했다.
다만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것과 달리 올해에는 이같은 양상에 물음표가 나온다.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 기저로 전체적인 실적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차의 경우 모델체인지가 더디고 신차효과 반감됐기 때문이다. 고성능, 고급차도 심화된 경기침체 기저의 영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소비자들의 보복심리와 함께 고가의 제품들이 흥행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인바 있으며 완성차 시장은 이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장이기도 하다"며 "반면 경차의 경우 소비자 경기침체를 대비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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