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10대 그룹 상장사 5곳 중 1곳이 총수 일가족과 계열사의 우호지분을 합친 것보다 외국인 보유 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공격시 방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일부 그룹은 핵심계열사의 총수 우호지분이 취약한 탓에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7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의 지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일 현재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총수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보통주 기준)을 웃도는 기업이 16개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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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
외국인이 총수와 계열사 등 관계인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삼성그룹이 18개 상장사 중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 총수 우호지분이 29.57%이지만 외국인 보유 지분은 51.82%에 달하는 상황이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딪힌 삼성물산도 총수와 계열사 등 우호지분이 19.63%로 외국인 보유 지분(33.08%)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외국인 보유 지분율도 29.25%로 계열사 등 우호지분보다 8.75%포인트 높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도 외국인 보유 지분이 39.09%로, 계열사 등 우호 지분(18.53%)의 배를 넘어 경영권을 위협한다.
삼성화재도 외국인 보유 지분이 과반수를 넘는 51.37%에 달해 총수와 우호 지분 30.94%보다 무려 20%포인트가량 많다.
현대차그룹은 11개사 중 3곳을 차지했다. 그룹 핵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이 우호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많았다.
현대차는 외국인 지분이 44.44%로 총수 우호지분보다 12.48%포인트 높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 우호 지분이 32.02%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은 50.16%로 과반이 넘는다.
기아차는 총수와 우호지분이 36.71%로 3개사 중 가장 많지만, 외국인 지분은 38.44%로 소폭 많은 수준이다.
SK그룹 계열사 18개사 중 외국인 지분이 많은 계열사는 3곳이었다. 그룹의 중추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3개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보유 지분이 53.29%로 그룹 측 우호 지분(21.09%)의 2배를 넘고,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도 44.55%로 우호 지분(37.37%)보다 많다.
LG그룹은 LG화학과 LG상사, 실리콘웍스 등 3개사의 외국인 지분이 총수 및 우호지분보다 많다.
GS그룹의 계열사인 GS홈쇼핑도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및 우호지분보다 5%포인트가량 높은 40.13%에 달했다.
총수와 우호 지분이 50%를 웃돌 만큼 지배구조가 안정돼 외국인 투자자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낮은 상장사들도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은 총수와 우호지분이 52.51%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17.69%에 그쳤다.
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제일모직도 총수 일가족과 우호지분이 66.31%에 달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3.2%에 불과했다.
SK와 롯데쇼핑, 두산 등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총수 일가족 및 우호지분이 50%를 넘고 외국인 지분율은 10∼20%에 불과한 수준이며 GS와 대한항공, 한화 등도 우호지분이 절반 수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