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브랜드 역량강화 해결위한 돌파구
정의선, 모터스포츠 통해 '고객소통 창구'·'기술력 저장소' 활용
소형 양산차 레이스 'WTCR' 마지막 대회서 더블챔피언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모터스포츠는 '쩐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당 분야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경쟁을 벌인다. 

이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이점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도 수년 전부터 정의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월드투어링카챔피언십(WTCR)에서 더블챔피언을 하는 등의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미래 콘셉트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의 결과를 통해 급격한 이미지 변신을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온 현대차는 과거 밋밋한 패밀리카 이미지를 벗었고, 새로운 고객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일 2022 WTCR 더블 챔피언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우승 차량을 전시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드라이버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2022 시즌 드라이버 부문 우승 주역인 미켈 아즈코나 선수는 엘란트라 N TCR로 출전해 종합 우승을 달성했으며, 팀 부문 종합 우승은 미켈 아즈코나, 노버트 미첼리즈 두선수의 활약으로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팀이 차지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본사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우승자 만남 행사는 WTCR 우승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고 질의응답 세션 등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2022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인 미켈 아즈코나, 2019 챔피언 노버트 미첼리즈, 2018년 초대 WTCR 챔피언인 가브리엘 타퀴니 등 3명의 챔피언과 안드레아 치조티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HMSG) 커스터머 레이싱 수석 엔지니어, 가브리엘 리조 BRC 팀 총괄 등이 자리했다.

현대차는 본사 로비에 2022 WTCR 우승 차량인 엘란트라 N TCR과 우승 트로피, 일반 양산 차량 아반떼 N이 전시 중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0일까지 2주 간 전시하고, 이외에도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여러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모터스포츠 향한 정의선 회장의 끈기와 열정

현대차의 모터스포츠분야 성과는 지난 2014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본격적으로 재진출하면서부터 기반마련이 시작됐다. 과거 패밀리세단이미지와 가성비 라인업이미지 일색이던 현대차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된 정의선 회장의 노력의 산물이다. 

   
▲ (왼쪽부터)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HMSG) 커스터머 레이싱 수석 엔지니어 안드레아 치조티, BRC 팀 총괄 가브리엘 리조, N브랜드매니지먼트모터스포츠사업부장 틸 바텐베르크, 2022 시즌 드라이버 부문 우승 미켈 아즈코나,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 2019 챔피언 노버트 미첼리즈, 2018년 초대 WTCR 챔피언 가브리엘 타퀴니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정의선 회장의 모터스포츠 사랑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도 이때부터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력 향상과 고객소통창구로 적극 활용하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왔다. 

국내에서는 독자적인 원매이크레이스 KSF를 진행한 바 있고, 글로벌에서는 WRC참가와 WTCR에서 활약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KSF는 현재 N패스티벌로 이름과 성격이 변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고객소통창구다. 

이런 현대차는 WRC에서 꾸준히 상위권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WTCR에서는 지난해 더블챔피언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해냈다. 특히 WTCR 마지막 경기인 지나해 더블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대미를 장식해 놀라움을 전하고 있다. 

WTCR은 고성능 고스펙의 전용경주차가 아닌 일반 소형 양산차를 기반으로 경기를 펼치는 모터스포츠다. 좀더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마련된 경기이고, 무엇보다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제품의 성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기로 유명하다. 

WTCR은 월드투어링카챔피언십(WTCC)을 이어받아 2018년 새로 창설된 투어링카 레이스 리그로,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공인한 대회다. 연간 5000대 이상 판매되는 소형차를 대회 규정 내에서 경주용으로 개조한 '투어링카'로 참여하게 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회를 치른 WTCR은 올해부터는 'TCR 월드 투어'로 바뀌면서 사라진다. 지난해 11월 열린 마지막 대회에서 현대차가 드라이버 부문과 팀 부문에서 모두 우승하며 '더블 챔피언'에 올랐다. 2018년 첫 대회에서도 현대차의 양산차를 몬 팀들이 두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현대차는 WTCR 5년을 제대로 접수한 브랜드가 됐다. 

첫 해와 마지막 해 각각 우승을 차지한 차종은 국내에서도 친숙한 'i30'과 '아반떼'다. 혼다 시빅이나 아우디 RS3 같은 모델들과 겨뤄 얻어낸 성과다. 자동차 후발주자로 저평가됐던 현대차의 기술력이 글로벌 정상에 서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현대차, 기본기 탄탄해진 완성차 기반 경기서 '두각' 

아반떼의 고성능 모델인 아반떼N(수출명 엘란트라N)을 몰고 2022년 마지막 대회를 우승한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팀이 지난 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22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인 미켈 아즈코나, 2019 챔피언 노버트 미첼리즈, 2018년 챔피언 가브리엘 타퀴니 등 3명의 우승자가 참석했다.

   
▲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가 2019 WTCR(월드 투어링카 컵) 드라이버 부문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현대차 wprhd


"우승하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베이스가 되는 양산차가 좋아야 하는데, 우리는 i30N·엘란트라N이라는 정말 좋은 양산차로부터 시작했다. (이번 우승으로 현대차의) 양산차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대 WTCR 우승자이자 BRC 현대 팀의 테크니컬 디렉터인 가브리엘 타퀴니는 WTCR 5년을 압도했던 성적의 배경을 현대차의 기술력에 돌렸다.

타퀴니는 이어 "현대차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저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2017년 차량을 처음 시험했을 때 정말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현대차와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대차의 지원에는 정의선 회장의 꾸준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두해 진행해 본 뒤 성과가 없으면 철수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 기술 역량을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성능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폭넓은 시도를 이끈 정의선 회장이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은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 WRC 복귀를 선언했고, 이후 모터스포츠 전담 부서인 고성능사업부를 신설했다. 2017년에는 고성능 N브랜드의 첫 작품인 i30N에 이어 벨로스터N, i20N, 코나N, 아반떼N 등 다양한 고성능 N라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i30N은 TCR 아시아 시리즈와 유럽 시리즈 등 주요 TCR 챔피언십은 물론 최상위 클래스인 WTCR에서 드라이버와 제조사 부문 최다 우승 차량에 이름을 올렸다.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TCR 대회이자 내구 시리즈인 IMSA 미쉐린 파일럿 챌린지에서는 벨로스터N을 타는 선수와 팀이 2019, 2020 시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4년부터 WRC에도 출전해 2019년과 2020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모터스포츠 쪽에서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현대차도 2021년부터 전기차 투어링카 레이스(ETCR)에 참가해 벨로스터N ETCR 모델로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 현대자동차 i20 Coupe WRC 경주차의 역동적인 주행 모습/사진=현대차 제공


◇심심한 차에서 갖고 싶은 차로

이런 현대차를 바라보는 글로벌 고객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심심한 차, 아빠차, 패밀리카 등 듣기만 해도 흥미가 떨어지는 이미지였던 현대차다. 이에 신규고객 유입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제품라인의 변화가 이뤄졌고 현재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에 종종 거론되는 현대차다. 

실제 해외고객들의 반응도 현대차 N브랜드 라인업은 즐길 수 있고, 한 번쯤 소유하고 싶은 차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N브랜드의 등장은 고성능을 원하는 소비자 연령층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었고, 특수 계층의 전유물인 고성능 차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경험 할 수 있도록 고성능 차의 진입장벽을 낮춘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