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 국면에 있음에도 증권사들이 하나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섰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시장금리와의 시차가 생길 수 있다’며 항변하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최근 상승 중이다. 예를 들어 DB금융투자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기간별로 현행 5.76~9.9%이었지만 오는 15일부터는 6.06~10.20%으로 오른다. 하이투자증권도 기존 7.1~9.6%인 이자율을 내달부터 7.1~9.9%로 일부 올리기로 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오는 13일부터 일부 고객 그룹·사용 기간에 따른 이율을 0.05~0.25%포인트씩 상향 조정해 최고 이자율이 10%를 넘기게 됐다(10.40%). 대형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용기간 8~15일(7.8%)부터 90일 초과(9.8%)분의 신용융자 이율은 유지하지만 사용기간 1~7일에 대한 이율은 오는 27일부터 현행 4.9%에서 5.9%로 올릴 예정이다.

이미 삼성증권(10.1%)과 신한투자증권(10.0%) 등은 최고 금리 기준으로 10% 이상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NH투자·KB·대신·메리츠·SK증권 등도 9%대 후반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시장금리와는 반대 방향이라는 점이다. 연초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 등의 이자율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4%를 넘겼던 CD 91일물 금리는 전일 기준 3.46%까지 떨어졌고, 최고 5.54%까지 올랐던 CP 금리도 4.29%까지 진정된 상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연내 진정 혹은 하락할 것으로까지 관측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증권사들의 금리조정 방향은 분명 이질적으로 보인다. 결국엔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설 가능성마저 진단되고 있다.

지난 7일 이데일리는 ‘금융위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적정한지 점검을 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측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내려가는데 거꾸로 오르는 이자율이 정당하고 합리적인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의를 거쳐 금리를 정하고, 시행 전 공지를 하는 동안 시장 금리와 괴리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일반 대출과는 성격이 달라 증권사들이 감당하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그런 부분이 감안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