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230만~380만 톤 수급 불균형 예상
시공사-조합 간 자재값 인상 따른 갈등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건설·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건설 자재 생산업체들의 감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선 건설 현장에서는 더욱 많은 자재를 필요로 하고 있어 당분간 수급 불균형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이해 관계자들 간 갈등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의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미디어펜 DB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건설 경기 변화에 따른 주요 건설 자재 수요 변화 연구'에 따르면 올해 건설 자재 수요는 전년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향후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 경기 회복·확장기에는 시멘트·레미콘·골재·석재·철근·봉강 등 주요 건설 자재 수요량보다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진다. 그러나 건설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실제 수요보다 더욱 급격히 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산업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재 생산업체들은 경기 하락기에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재고 소진에 힘쓰는데, 이후 특정 시점에서 재고 부족과 맞물려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완공되는 공사 건수가 증가한 덕에 전반적으로 건설 자재 수요는 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건이 감소해 자재 생산자들은 재고 조정을 위해서 감산할 공산이 크다. 원자재 비용 증가에 대비하고 향후 공사 물량 위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2021년 상반기 철근난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급등과 같은 자재 문제를 향후 2~3년 내 다시 한번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철근난이 발생한 것은 대중국 수입 물량이 감소한 것과 함께 국내 자재 생산업체가 과도하게 재고량을 줄여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사례라는 게 건산연 지적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분석 결과 △시멘트 4.9∼8.1% △레미콘은 2.7∼8.8% △골재 3.3∼8.0% △철근·봉강 6.6∼8.9% 가량 수요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특히 지난해 5020만∼5170만 톤이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멘트의 경우 올해에는 시장에서 약 5400만 톤까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 문제는 곧 비용에 따른 갈등으로 이어진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시공사와 조합 간 자재값 인상 탓에 공사비 증액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현재는 공사 중단 위기를 넘겼지만 앞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의 설계 고급화 주문에 따라 늘어난 공사비 1500억 원을 증액해달라며 조합 명의의 통장 입출금을 중단하겠다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동부건설 역시 서울 서초구 일대 신성빌라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방배센트레빌프리제 조합과 원자재값·인건비 인상에 의한 공사비 증액 반영을 두고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조합 측은 금리가 올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대된 판국에 추가 지급은 어렵다고 맞섰지만 결국 동부건설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조합은 2020년 동부건설과 공사비를 3.3㎡당 712만 원에 계약한 바 있다. 공사비 인상을 어느 수준에서 합의했는지는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둔촌현대 1차 리모델링을 포함, 크고 작은 사업지에서 시공사-조합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달은 전국 각지에서 터져나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주택 270만 호 공급을 내걸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자재 공급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자재 수급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공급이 지연되는 만큼 집값 상승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설 경기 침체기에 자재 생산 급격히 위축되고 재고 물량이 소진될 경우 경기 회복기에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자재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에 대한 이해와 자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자재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민간과 정부가 적정 생산과 재고를 확보해 안정적인 시장 환경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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