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10곳 중 9곳 노란봉투법 입법 반대 의견
‘기업․국가경쟁력’, ‘산업생태계’, ‘일자리’ 모두 부정적
경제계 “노사관계 돌이킬 수 없는 파탄” 폐기 촉구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국회에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을 하청노조의 사용자로 규정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의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과 국가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하청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과 쟁의행위 할 수 있게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의 88.6%가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14일 밝혔다.

   
▲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노조법 2·3조 쟁취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기업들은 국내 사업 구조상 노란봉투법은 경영활동 전반에 악역향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86.6%는 대기업-중기업-소기업이 밀접한 협력관계로 구성된 국내 산업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6.1%는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입법돼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게 될 경우 곳곳에서 경영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빈번한 산업현장 불법행위’(56.9%)와 ‘사업장점거 만연으로 생산차질 발생’(56.9%)을 가장 우려했다. 이어 ‘손해누적에 따른 경영 타격’(50.5%), ‘정치투쟁 증가’(30.2%), ‘국내기업 생산투자 기피’(27.7%), ‘외국기업 국내투자 기피’(16.3%) 등이 뒤를 이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으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에게 교섭을 요청하고, 파업할 수 있게되면 ‘노노갈등’은 물론 ‘투자이탈’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기업들은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간 갈등’(55.0%), ‘원청의 연중교섭’(47.0%)과 ‘산업현장에서 원청업체와 하청노조간 파업 등 노동분쟁 증가’(46.0%)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어 ‘하청업체 근로조건 결정권한·독립성 약화’(31.2%),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계약 확대’(21.8%), ‘외국기업 국내투자 기피’(21.8%) 등을 전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으로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협력업체·하청노조가 대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되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독립성과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져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야당이 지난해 말 논란이 되었던 불법파업 손해배상 청구제한과 하청노조의 사용자를 원청으로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5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21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3일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면 “노사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전제로 형성된 현행 노사관계법제도·관행과 충돌될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합법행위로 바꾸는 입법에 해당한다”며 “입법처리시 산업현장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교섭할지에 대한 법적분쟁에 휩싸이고 불법파업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