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한일 외교 당국간 차관협의에 이어 장관협의가 예정되는 등 고위급협의가 시작된 가운데 피해자측이 정부의 채권포기각서 추진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법률 분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판결을 받아낸 법률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16일 피해자 중 한명인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말하는 징용 해법이란, 원고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원고들의 합의를 얻어 채권포기각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외교부가 추진하는 피해자측과의 면담과 관련된 것으로 임 변호사는 “외교부가 계속 (면담) 일정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다. 그 전이라고 개별 접촉을 하고 싶어한다”며 채권포기각서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정부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채권포기각서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고, 공탁도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하지만 피해자 중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장기간의 법률 분쟁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매각명령 결정이 확정돼 경매가 개시되는 자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재단은 피고기업들과 병존적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채무자의 지위에서 공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채무인수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기업들은 본인들이 채무자가 아니라고 한다. 채무가 없다는데 어떻게 계약서를 체결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바로 그 공탁서의 유효 여부를 놓고 법률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5년 한일 간 위안부합의와 이번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징용 배상 문제는 법률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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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단인 임재성 변호사(왼쪽)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2./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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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위안부합의는 한국정부가 사실상 대리인의 역할을 맡았지만 당사자와 제대로 된 소통없이 일본측과 합의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문제에서 한국정부는 아무 역할도 없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일본측과 어떤 합의를 하든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선 개개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그 동의를 못 구하면 법원에 공탁하고 일방적으로 채권이 소멸됐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 변호사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의 일환으로 과거 일본정부가 ‘통절한 반성’을 언급했던 ‘과거 담화 계승’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사과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 변호사는 “과거 담화 계승과 같은 ‘눈 가리고 아웅’ 방식은 금방 파탄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강제동원의 본질을 숨기기 위해 ‘징용공’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역사왜곡”이라며 “실제로 일본 총리나 관방장관에게 징용공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 확답받을 수 있나. 그래서 사과가 사과가 아니라는 것은 금방 확인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최소한 일본정부의 사과라고 한다면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표현이 명시되고 그에 대한 유감 표시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인식하지 않겠나”라며 “마지막으로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공탁하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절차이므로 변호인으로서 그 공탁의 무효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측은 정부가 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차관협의 이후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오는 18일 뮌헨안보회의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예고했다. 실제로 한일 간 담판이 성사될지 주목되는 한편, 국내 여론 문제로 정부의 해결안 발표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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