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의해 촉발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하이브‧카카오 등의 개입으로 확전되고 있다. SM은 물론 자회사 주가까지 요동치며 인수전 관련 불확실성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성수 SM 대표의 추가폭로와 오는 20일로 예정된 SM 기업설명회 등에 시선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주들의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SM을 둘러싼 지분확보 경쟁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시점 자본시장 최고의 화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최근엔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D)의 처조카이기도 한 이성수 SM 공동대표의 폭로전으로 인해 가십성 재료마저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수만 씨가 해외 법인을 설립해 역외 탈세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문을 남겼다.
이번 이 공동대표의 공격은 궁지에 몰린 이수만 전 PD가 하이브의 손을 잡으며 전세를 역전시킨 것에 대한 재반격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성수가 역시 오랜 시간 이수만 PD와 한 배를 타고 일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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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고의 K팝 양산의 근거지였던 SM 엔터테인먼트가 자본시장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SM 엔터네인먼트의 창립자이자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 씨./사진=연합뉴스 |
이성수 대표는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10년 이상의 미래 사업을 내다보는 것이 SM프로듀싱의 근본이며 이걸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상황이 바뀌자 이모부이기도 한 이수만 회장을 존칭조차 빼버린 ‘이수만’이라고 칭하며 공격하고 있다. 결국엔 SM을 둘러싼 이전투구에 한 가지 이슈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6년 남성 5인조 H.O.T의 성공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SM은 이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타이틀이 된 ‘K팝’ 그 자체를 발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회사다. 창업자 이수만 전 회장은 오랜 시간 이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해온 인물이며, 사명이 그의 이름 이니셜을 반영하듯 ‘SM=이수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오래 지속돼왔다.
문제는 SM이 이수만 전 회장의 개인 기업이 아닌 코스닥 상장기업이라는 점이다. 주식시장에 공개된 이상 SM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결코 사적인 수준에서 머무를 수 없게 되며,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수만 전 회장이 1997년 설립한 것으로 돼있는 라이크기획은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로, 이 회장은 이 회사를 통해 SM 소속 가수들에 대한 프로듀싱 수수료로 매출의 6%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사적편취’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슈가 처음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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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가 SM 인수로 BTS 히트에 못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우여곡절 끝에 이수만 회장은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며 판의 중심을 바꿨다. 현직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오는 3월 2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원하던 그림대로 회사를 이끌어 가려면 우호지분 확보가 필수적인 형편이다. 그와 관계없이 최대주주 하이브는 새 경영진 후보를 제안했고, 하이브가 제시한 새 경영진 후보에 이 대표 등 현 경영진은 당연히 빠졌다.
현직 공동대표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려면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결국엔 K팝 명가를 둘러싼 자본게임 양상으로 모든 결론이 귀결되는 형국이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적 M&A’라고 비판하며 자본시장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갈등을 생산하는 모습이다. 애초에 얼라인 측이 내걸었던 ‘SM 경영구조 정상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도 하이브가 얼라인 측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면서 전세가 불분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SM 관련주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7일 에스엠 주가는 13만1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에스엠 뿐 아니라 SM Life Design‧SM C&C 등의 가격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이 가운데 얼라인 측은 본인들이 주장하는 ‘SM 3.0’이 실현되면 SM의 주가가 3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또 다시 판을 흔들고 있다. 이에 대해선 끊임없이 주가를 올려 하이브 측의 부담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이번 갈등의 양상이 ‘돈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정황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에스엠 관련주들의 주가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치솟는 주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많은 이슈들이 그렇듯 언제 이 ‘불꽃놀이’가 끝날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회사들의 주가가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가 널뛰고 있는 만큼 투자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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