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파업만능주의 도래할 것”
“기업들 비용 부담증가로 인해 투자 위축·해외이전 등 예상”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강한 비판과 함께 국회차원에서의 재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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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국회차원에서의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
이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등의 예외를 인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두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파업만능주의 도래’, ‘미래 일자리 충격’ 등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이 장관은 “1953년 이후 노동조합법의 개정은 전체 법체계의 정합성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으나,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헌법, 민법과의 충돌 문제, 노사관계 및 법·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며 “그간 정부는 법률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 내일 동 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노사관계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국회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반대 이유로 먼저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이 부재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사업주에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제2조 제2호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단서를 신설했다.
또한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단체협약 이행 의무를 지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1000만원 이하의 벌금 △하청노조의 쟁의행위 수인의무, 대체근로금지 의무 등이 포함됐다.
이에 이 장관은 “동 법안은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법이 개정된다면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장관은 ‘파업 만능주의’를 우려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쟁의 및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는 비위행위로 징계해고를 당한 조합원의 복직 요구를 단체교섭 사항에 포함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쟁의행위도 가능하며 교섭 거부시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의무적 교섭사항, 부당노동행위 처벌 대상 확대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새로이 추가된 제3조에 따르면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피해자가 일일이 과실비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한다는 것이 이 장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노동조합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며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부분(89.3%)은 사업장 점거, 폭력과 같은 쟁의행위 수단의 위법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90% 이상이 특정 노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장관은 “특히 이번 개정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기존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통해 더욱 보호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다수 미조직근로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돼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일자리 감소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노사관계 불안정 및 노사갈등 비용이 커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나타날 것은 자명하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어려움,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 속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줄일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이 장관은 “일각에서는 현장의 갈등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뿐, 노사가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 하는데, 이는 노동조합법을 관통하고 있는 사용자, 노동쟁의 등 쟁의 조항의 개정이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희망에 불과하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법의 몇 개 조항을 고치는 것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엇인지, 약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노동관계법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의 불법·부당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개정안 상정에 대한 국회의 재고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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