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힘 반발 속 민주·정의 9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
대통령실 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 실제 실현까진 산 넘어 산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는 물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실제 실현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합법파업의 범위를 이익분쟁(임금인상·단체협약 갱신)에서 권리분쟁(해고자 복직과 체불임금 청산, 정리해고 등)으로 넓히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산정 하도록 했다. 또한 신원보증인의 배상 책임도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21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법사위 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양곡관리법처럼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가능성도 크다. 국회법에선 법사위가 특정 법안의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안에 끝내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환노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을 잡으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앞서 전해철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2023.2.21./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하는 경우 노란봉투법 입법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는 115석만으로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 심각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야당이 끝까지 밀어 붙인다면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며 야당과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 환노위 소속 의원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은 수단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법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라며 "이법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경우 본사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야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이 부분이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본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명확해야 하는데, 실질적 구체적이라는 게 너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노동위원회를 거치고 대법원까지 가야하는데 그때까지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부분은 '위헌'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이 회사를 운영되는데 (노조 파업으로)기물이 파손된 경우, 국유재산이면 나라가 보태주겠지만 그럴 수 없지 않나"라며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노란봉투법은 헌법, 민법 등 기본원리에 충돌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법상 도급계약의 특성상 도급인은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책임이 없는 기본 법리와 충돌하며, 헌법상 사업주의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실질적 영향력으로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하여 원청은 교섭의무가 있는 사용자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도 가질 수 없어 법적안정성 저해 뿐만 아니라 헌법상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노조 때리기'를 중단하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한다”라며 “파업만능주의와 같은 무도한 막말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무도한 검찰권 남용으로 야당 탄압에 나선 윤석열 정권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려 한다”라며 “입법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통과시킨 민생 법안에 대해 거부권부터 행사할 요량은 버리고 당장 시급한 고물가 대책부터 내놓으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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