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소아진료, 응급 등 필수진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공정책수가로 보장하고, 아이들 치료에 추가로 들어가는 투입 비용을 감안해 적정 수가를 보상하라.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잘못이다.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 (2월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
분만·소아 등 필수의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새삼 돋보이고 있다. 바로 적정 수가 보상, 정부 재정 투입 등 돈 문제를 직시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말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정답을 헛짚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날 윤 대통령의 해법이 긍정적으로 돌출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간담회에 참석한 레지던트 4년차 전공의에게 "소아과를 선택한 것을 잘했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정부가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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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우선 소아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소아전문의 확충과 어린이전문 진료센터 확대로 요약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전국 10곳인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를 4곳 더 단계적으로 늘리고 일부 지역에만 8곳 설치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미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4곳 더 늘린다.
조 장관은 최근 핫이슈로 떠올랐던 소아전문의 확충과 관련해 내년부터 적용될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소아응급전담전문의 배치 및 24시간 소아 응급 제공 등 기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필수의료 대책에서의 핵심은 경제적 보상 및 고용의 유연성이다. 보건복지부는 인력 가산수가 개선책 등 보상책, 시간제로도 근무 가능한 지원 계획과 함께 전문의 확충을 유도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추가적으로 소아 입원 진료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만 1세 미만 환자가 입원하면 병원에 입원료 수가를 50% 더 주고, 입원전담전문의가 소아를 진료하면 관리료에도 연령 가산을 적용한다.
이번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일정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도 필수의료 분야에 전문의들이 대거 확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의료는 윤 대통령이 앞서 지적했듯이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과 예비의사들인 의대생들의 시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쏠리고 있다. 사실상 '의료사회주의'라고 불리우는 심평원의 수가체계가 의사들의 근로 동기와 선택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가체계를 의료 현실에 맞도록 유연하게 대거 바꾸어야, 의사들에게 필수의료 분야에 가더라도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인센티브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현직 의사들이 심평원이 독점한 수가결정 거버넌스에 대거 참여해, 매년 의료시장 상황에 맞춰 수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레지던트 전공의에게 "소아과를 선택한 것을 잘했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실현하려면, 의사들의 동기와 선택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알려진 의대생 246명에 대한 설문조사(복수 응답 가능) 결과에 따르면, 의대생이 필수의료 분야를 지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전문의가 된 후 삶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워서(67.1%) ▲의료사고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질 우려 때문에(64.4%)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서(61.1%) 순으로 꼽힌다.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온 개인에게 국가가 진료과목을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필수의료는 목숨이 걸려 있는 인권 차원의 문제이지만,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움직이는 힘은 경제적 인센티브 외에는 답이 없다.
향후 윤 대통령의 말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기존 심평원 수가결정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한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