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 흐름 금리인상에 부담…,미 연준, 금리인상 기조 여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행렬에 일단 '쉼표'를 찍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위축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이 완전히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23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3.50% 수준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왔다. 

한은이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은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 여파로 가계 빚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경기 부양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둔화 흐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또다시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실제 우리나라 경기는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도 적신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6.6% 감소한 46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4개월 연속 감소이자 2020년 5월(-23.7%)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월간 최대 감소 폭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기둔화 우려에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다 최근 급격하게 침체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금융시장의 신용위험도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통위가 이번 동결로 최종 금리를 연 3.50%로 끝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5%대로 한은이 물가 안정 목표치로 설정한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이달에도 전기요금과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5%대 상승률이 예상된다.

미 연준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를 밟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0~4.75% 수준이나 앞으로 금리인상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의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다 원화 가치(원·달러 환율 상승) 하락 우려도 커져 한은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