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선배 기업인들이 쌓아 올린 위대한 유산”
“첫 과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적 기조 재정립”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이 전경련에서 해결해야 할 첫 과제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기조와 방향의 재정립’을 꼽았다. 자유의 가치는 개인, 국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이유에서다.

향후 6개월 간 전경련을 이끌기로 한 김 회장대행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 김병준 전경련 회장대행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일각에서 정치인 출신이 전경련을 이끄는 것에 대해 ‘정경유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의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자신을 “대학에서 34년 근무한 학자”라고 소개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지만, 자신의 본업은 정치가 아닌 학업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대행은 “정치적인 커리어가 틀림없이 있다. 스스로 그것을 부정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며 “제 나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 경제에 관한 이력이 없다는 오해가 있는데,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했었다”며 “해당 업무의 90%가 국가의 경제‧산업 정책을 다루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경련 측에서 회장대행을 요청한 것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 것이 아닌 제가 가지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은 바로 소위 말하는 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의 위상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꼽히는 4대그룹 재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진행될 일을 지금 이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요한 것은 향후 전경련의 역할이나 활동의 방향을 제대로 적립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전경련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한경연이 많이 축소 됐는데, 조직을 무한대로 키워서 큰 연구원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조직을 키우지 않고 외부의 학술‧정책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경련이 그동안 정부와의 관계가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다만 권력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주고받으면 유착이겠지만, 정책과 관련해 서로 밀어줄 것은 밀어주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는 것은 유착이 아닌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일, 내지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자유라는 개념을 중시하는데 전경련도 이를 중히 여기는 조직이다. 가치적인 측면에서 이심전심 협조한다면 협력하는 관계가 되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와의 통합설에 대해서는 “통합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경총과 전경련의 역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보다 넓은 범위를 커버한다면, 경총은 노사 관계에 국한한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각기 고유한 설립 배경이나 취지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시장경제의 철학을 확립하기에 6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해당 작업은) 2년을 해도, 3년을 해도 어차피 부족한 시간”이라며 “제 스스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시장경제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얘기하겠다. 최근 발달한 미디어들을 활용해 국민 속으로 파고 들겠다”고 약속했다.

회장이 아닌 회장대행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경련의 주인은 여전히 기업들”이라며 “전경련이 하루 속히 정상화 되고 기업인들이 직접 나오셔서 운영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86년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 권한대행은 이후 대통령 정책실장,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제11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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