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신도시 건설 착공식에 참석하면서 ‘김주애 후계자설’이 재점화됐다. 북한 매체에 김주애가 등장한 것은 7번째로 군사 분야 외 경제 분야로 행보를 확대한 점이 근거가 됐다.
당초 김주애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 등장하고 화성-17형 개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군 관련 행사에 등장하면서 미래세대 통합, 호전적인 이미지 완화를 위한 정치선전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김주애가 건설 현장에서 김 위원장과 나란히 첫삽을 뜨는 등 지도부의 역할도 수행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됐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앞으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있을 경우 김주애가 동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김주애가 딸이라는 점에서 후계자설은 여전히 논란이다. 특히 북한 체제가 군사 위주인데다 극심한 가부장적 특징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해 구분이 어려운 “그레이존에 있다”면서도 북한 체제 특징을 꼽았다.
즉 북한 체제 특징상 딸이 후계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북한 매체가 보여주는 김주애의 공식행보는 후계자설을 불러오기 충분하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번에 김주애 후계자설을 놓고 국내 전문가 일각에서 논평을 통한 설전도 벌어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기보다 내정했다고 본다”며 “(만약)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면 김주애와 같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실장은 이어 “김주애를 미래세대의 안전보장이라는 의미에서 등장시킨 것이라면 왜 미래세대 다른 아이들은 배제하고 김주애만 띄우겠나. 수령에게만 사용해온 ‘존귀하신’ 등 숭배 의미의 극존칭을 왜 김주애에게 사용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17일 발행 예정인 8종의 새 우표 도안을 공개하면서 5종의 ‘김주애 우표’를 발행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면서 “지난 8일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참가자들이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것은 ‘김정은 결사옹위! 김주애 결사보위!’를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에 집중하면서 안전과 민심을 얻는 정치를 효과적으로 펴는 것이 핵심 과제이고, 이를 위해 김주애를 유용한 정치선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김주애를 후계자 내정 단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 체제 속성상 후계자가 갖는 무게와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내정과 지명 구분도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주애의 건설 현장 등장은 악화된 경제 상황에서 청년 10만 명을 건설 현장에 동원하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해 청년들을 통제하려는 의미를 갖는다”며 “청년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행사, 미래세대 건설을 강조한 행사에 김주애를 상징적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김주애의 착공식 참석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격동적인 연설로 청년전위들을 고무 격려해주시고 착공의 첫삽을 떴다”면서 “노동당의 성스러운 여정에서 사회주의 발전과 미래의 상징물로 될 새 거리가 평양의 서포지구에 일떠서게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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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2023.2.26./사진=뉴스1 |
그러면서 홍 연구실장은 “김주애의 세습은 차기 세습에서 김씨가 불가능해지므로 북한 세습 체계의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또 남성 중심적 군사문화에서 군의 최고사령관과 핵무기 통제 결정권자로 여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애가 이번에 참석한 평양 신도시 건설 착공식 행사나 지난 김주애의 공개행보인 ICBM 발사장 참관 및 ICBM 개발 공로자 격려 기념촬영 또, 건군절 열병식에서 공통 키워드를 찾자면 ‘미래세대’인 것은 맞다. 그런 한편,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아들의 존재 여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권영세 장관도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백두혈통이 여성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다”며 김 위원장에게 첫째 아들이 있다는 정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첫째가 아들일 것이라는 정황은 좀 있었으나 아직 첩보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일 수도 있고, 자녀와 관련해선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다. 김정은의 후계가 당장 어떤 정책의 대단한 의미를 주는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후계의 의미가 상당한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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