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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빈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자산배분팀장. /사진=대신증권 제공 |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에게 2022년은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캐시 우드가 이끌고 있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주가가 67%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 156.58달러까지 상승했던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주가는 2022년 연말 31.24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캐시 우드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었다.
미국의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투자전문회사 등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13 F’가 지난달 16일 공개됐다. ‘13F’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지난해 4/4분기에 아크 이노베이션 ETF 50만주에 대한 콜옵션(미리 정한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주가는 39.31달러(2월 21일 종가 기준)까지 상승해 연초 이후 2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지 소로스의 투자행보에서 다시 한번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두번째 글자 ‘기(機)는 ‘때, 시기’라는 뜻뿐만 아니라 ‘기회’의 의미도 갖고 있다. 조지 소로스처럼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기회를 찾는다면 투자수익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만간 마무리될것이라 기대했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국면이 견조한 고용 지표와 예상보다 더디게 내려오는 물가 상승률로 인해 예상보다 더 높이, 더 길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채금리는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잡고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복잡할수록 과거 사례를 참고해 향후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보고 투자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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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국면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2000년 이후 두 차례 있었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국면을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한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때까지 기준금리를 50bp(0.5%p)높인다면 기준금리는 5.25% 수준이 되는데, 현재 컨센서스 기준으로 5월 CPI 상승률이 4.4%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종료의 요건을 하나 갖추게 된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국채금리의 상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한편으로 채권의 투자매력도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이후에도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할 명분도 약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채권 투자를 통해 고금리 이자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까지 확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시장금리 상승과정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은 이미 과거 사이클상 저점 수준을 하회할 정도 낮아졌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글로벌 경기가 이미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기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살아날 수 있는 만큼 장기투자 관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나 테마에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이라 판단한다.
돌아보면 금융시장은 언제나 불확실한 모습이었다. 조지 소로스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 투자기회를 모색했다. 모두가 아는 곳에서는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위기가 눈 앞에 다가왔다고 느껴질 때가 오히려 장기투자의 기회였음을 떠올려야 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자산배분팀장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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