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위변제액, 9241억…올해 2조 수준 예상
   
▲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사진=미디어펜 DB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사장 최종 후보로 낙점됐던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영 정상화가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순손실이 2000억 원을 넘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HUG는 사장 적임자를 다시 구해야 해 경영 공백이 길어질 전망이다.

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달 27일 부산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박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박 전 부사장은 돌연 당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HUG는 새로운 인물을 물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 전 부사장이 최종 선정 단계까지 올랐다가 고사한 배경으로는 사전 업무 보고 논란이 꼽힌다. 지난달 6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박 전 부사장을 HUG 사장 후보자로 선정했고, HUG 임원들은 그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

통상 사장 후보자 신분임에도 업무 보고를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는 통상 단수일 때다. 사실상 사장으로 내정될 것이 분명한 상황일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HUG 사장 후보는 총 5명이었다. 때문에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박 전 부사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박 전 부사장은 부담감을 느껴 후보자 자격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HUG는 권형택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사직한 이후 5개월째 지속돼 온 이병훈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한동안 이어가게 됐다.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로고./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최근 이슈로 떠오른 '빌라왕'들의 전세 사기 사태는 HUG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액수는 총 1조1731억 원이었고, HUG가 집 주인 대신 갚아준 돈인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0억 원 대비 83.35% 증가한 9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2490억 원만 회수에 성공해 6751억 원을 떼인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2020년 2918억 원, 2021년 361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HUG는 지난해 2009년 창사 이래 최초로 당기순손실 1000억 여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신축 빌라 가격을 부풀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수천 가구의 주택을 매입한 전세 사기꾼들의 이익을 HUG가 보장해주고 리스크를 떠안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올해에는 집값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져 대위변제액이 2조 원 수준까지 앙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 6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증 발급을 할 수 있는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9.7배로 추정된다는 전언이다. 법정 보증배수를 넘어가면 HUG는 본업인 보증 상품 취급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HUG는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됐던 박 전 부사장 영업이 무산된 점에 대해 아쉬운 눈치다.

미디어펜은 HUG 측에 사장 인선 일정·계획과 관련해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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