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주문…"경영진 종횡 막을 일하는 이사회 구축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지주들이 외형 성장에도 불구, '거수기' 수준에 불과한 이사회 운영, 불투명한 경영승계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올들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지주 회장들이 대거 물갈이됐지만, 연임 이슈가 거듭 언급될 정도로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이에 경영진에 도전하는 '일하는 이사회'를 구축하고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41명 가운데 31명의 임기가 이달로 종료된다. KB국민이 7명 중 6명, 신한이 12명 중 11명, 하나는 8명 전원, 우리는 7명 중 4명, NH농협은 7명 중 2명 등이 임기 만료 대상자다.

   
▲ KB·신한·우리·하나·NH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41명 가운데 31명의 임기가 이달로 종료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계기로 지주사들은 이사회 구성 개편도 구상 중이다. 우선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진을 기존 7명에서 6명 체제로 바꾸고 신임 사외이사로는 2명을 추천했다. KB는 7명 중 6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이달 24일 만료되는데, 주총을 거쳐 이들 중 3명만 연임시키고 나머지 3명은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하나는 사외이사 8명 전원의 임기가 끝나 이달 주총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NH농협도 사외이사 7명 중 임기 만료 2명, 사임한 2명 등 4명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 표결을 거칠 전망이다. 신한은 오는 23일 주총에서 사외이사진 규모를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되 8명에 대해서는 연임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금융지주사는 경영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한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압도적으로 만장일치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1~2년에 남짓한 임기 탓에 재신임을 받기 위해 눈치를 보고 제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이사회가 내걸은 안건은 모두 통과됐고, 표결 과정에서 반대표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에 대해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들"이라며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 이슈 및 개선방향'이라는 제하의 기고에서 "안건 대부분은 이전에 개최된 정기이사회들을 통해 반복 논의되기 때문에 이미 이사 상호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들"이라며 "새삼스럽게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며, 많은 안건이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에 보고되거나 결의를 얻는 거라 논쟁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안건 통과비율, 반대의견 비중 등을 잣대로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식의 평가는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정착하면서 경영진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안건 및 경영활동을 애초에 추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 비공개 간담회의 정기개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수·합병(M&A)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사전에 이해·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안건으로 상정되고 이사회는 지엽적인 문제만 논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차기 CEO를 선임할 때 현행 '롱리스트(long list)-숏리스트(short list)' 방식보다 '숏리스트' 후보군을 우선 선정한 후 상시 접촉 및 의견청취 등으로 후보 능력과 자질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종 CEO 후보를 선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사외이사가 내부 임원 및 외부 명망가 위주로 나열된 롱리스트 후보들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소수 후보를 중심으로 다방면 평가를 거쳐 이상적인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 운영 및 지주사 운영체계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을 들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좀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규모, 자본금 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보다 지배구조 및 조직구조, 성과중심의 문화, 리스크관리 등 무형자산의 가치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은행지주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더욱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한편 지주회사 운영방식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