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속 한국경제의 ‘1% 성장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는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 생산성 혁신 등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최근 높은 금리, 경쟁국보다 불리한 지원, 경직된 제도와 규제 등으로 국내 투자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이 전망됐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고 미래투자의 가능성을 열려면 정책수립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저성장 극복을 위한 투자활성화 정책건의’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이번 건의에는 ‘투자애로 해소를 위한 5개 단기과제’와 ‘제도혁신이 필요한 5개 중장기 과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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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
대한상의는 경기 하강국면에서 투자의 역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세제·금융·입법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투자유인을 실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선 우리나라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하는 주력산업들의 설비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 정책펀드 구축, 이차전지 산업의 설비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관련 정책금융 지원, 최근 개선조짐을 보이는 조선업 회복을 위한 특별여신한도 확대 및 제작금융 지원, 방산 기술투자의 성실한 실패를 용납하는 국가계약특별법 제정 등이 차례로 제시됐다.
올해 초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법안의 조속입법도 촉구됐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정부안이 통과되면,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한시적 적용,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투자증가분에 대한 추가세액공제율 상향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 우리 제조업 생산의 63%, 수출의 66%, 고용의 47%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단지 운영을 유연화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사우디와 UAE로부터 물꼬를 튼 경제외교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환경을 글로벌 최고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미래투자의 가능성을 열고, 나아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의 틀부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중장기 과제로 국가전략기술 지원방식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선진국들처럼 국가보조금과 세액공제의 투트랙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정책금융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억 단위, 단기간,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지원을 조 단위, 장기간, 대기업을 포함한 지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 한정된 지원범위를 미래차, 수소, 우주항공 등으로 넓히고, 세제지원의 규모도 미국 IRA 수준(최대 30%)으로 늘리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두 번째 중장기 과제로 투자와 금융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가 작아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약하고, 산업구조의 변화 대응과 지속적 경제성장이 어려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대한상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제한을 풀어줄 것을 당부했다. 현행 40% 이내로 제한된 외부자금 조달규제를 완화하고 해외투자 허용한도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업과 정부가 탄소중립 전환을 새로운 투자유치의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에 약 2700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의는 마지막으로 ‘메가 샌드박스’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성장둔화,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우려 등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복합위기 상황을 각각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하려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연결해 접근하자는 취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메가 샌드박스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정책실험의 범위를 현행 규제개혁(규제 샌드박스) 중심에서 금융, R&D, 교육, 세제, 지자체 권한 이양 등으로 확대하자는 개념이다. 정책실험시 조건과 혜택은 최소 10년 이상 유지하고,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법제도를 정비하는 내용도 덧붙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020년 0.9% 포인트, 2021년 1.1% 포인트 수준에서 2022년 0.1% 포인트로 급락했다. 투자를 플러스로 끌어올리려면 금융과 세제지원 강화, 장단기 규제혁신이 꼭 필요하다”며 “투자확대는 단기성장과 함께 자본축적과 기술혁신을 통한 중장기 성장에도 필수적 요소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최대한 끌어내고 미래투자의 길을 활짝 열도록 국회의 초당적 협력과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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