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재명 측근 사망 언급하며 "정치 그만둬야" 맹폭
민주, '검찰 책임론' '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 맞대응
민생 위해 협치할 건 하겠다던 여야, 다시 극한 대립 중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 씨가 숨진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하면서 거세게 몰아 붙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강압 수사'라고 반발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 카드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민생'을 위한 '협치'를 외쳤던 여야가 다시 정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모 씨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 대표 최측근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21년 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이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 2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본회에 상정 되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대표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정에서 관계인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분이 계속 유명을 달리한다는 것은 국민께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어려울 만큼 섬뜩한 느낌이 들고 주변에 어두운 그림자가 암울하게 드리운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검찰의 강압 수사를 원인으로 지목한데 대해 "고문이 있어야 과도한 수사라고 하는데 목숨을 버린 분들이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전 전 비서실장의 사망 사실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는)존재 자체가 해악이며 비극"이라며 "(이 대표는) 죽음을 자기 방탄의 재료로써 맘대로 악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는 물론,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정치를 내려 놓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님과 가장 가까웠던 전 비서실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번이 5명째"라며 "고인이 유서에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 놓으시라'고 적었다. 그런데도 대표님은 '광기', '미친 칼질'이라 표현하며 검찰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라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장 대변인은 "죄가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다 내가 계획하고 내가 지시한 일이다. 내가 책임진다' 말씀하시고 죄가 없음을 밝히시면 된다"라며 "대표님의 정치적 생명이 다섯 분의 생명보다 중하지는 않다.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라.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라고 직격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강압 수사가 '비극'을 불러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전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겸 대변인도 이날 "검찰이 고인을 상대로 집요하게 수사를 벌여온 것은 유가족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라며 "강압 수사와 조작 수사 말고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 비극"이라고 검찰에 책임을 돌렸다. 박성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수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사냥을 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의 강압수사와 허위진술 강요로 여러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막다른 곳으로 밀어 넣은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더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및 코바나 컨텐츠 불법 협찬 의혹 수사를 위한 '김건희 특검법' 발의로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3월 임시국회 안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수사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내홍 수습용이라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정부패 혐의로부터 국민 시선을 돌리려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정을 사사건건 방해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이러한 민주당 행태에 대한 국민의 엄정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