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은행의 파산은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VB 파산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저축은행은 지난해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모은 바 있어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연쇄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사진=연합뉴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가 폐쇄됐다. SVB는 주로 기술 스타트업 분야 기업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대출을 내주는 역할을 해왔다. 자산 기준으로 지난해 말 미국 내 16위를 기록했다.

이번 SVB 파산은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막기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SVB의 돈줄이던 기술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대출 비용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SVB는 수익성 역시 급격히 악화됐다. 또 SVB는 공격적으로 유치한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같은 시기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온 국내 2금융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잔액은 6개월 전보다 7.2% 증가한 251조원, 신협의 수신 잔액은 6.8% 증가한 130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수신 잔액도 각각 3.2%씩 늘어난 120조원, 459조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 증가율(0.95%)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2금융권이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 자금경색 상황에서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며  자금을 조달한 영향인데 대출금리도 같이 올린만큼 이자비용이 커지면서 차주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로, 6개월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또 SVB의 수익구조가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 등 한쪽으로 쏠려있었는데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면서 PF대출에 자산이 치우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금리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상위 10개사의 부동산 PF대출은 4조5357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53.2%(1조5751억원) 증가한 규모다. 자산 상위 5위에 포함되는 대형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PF대출 잔액은 2조6295억원이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약 45% 급증한 수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실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SVB 사태가 불안감이 올라가는 모멘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금융기관에 예치를 하거나 채권을 보유한게 아니라면 영향은 제한적일 테지만 뱅크런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다. 뱅크런이라는게 심리적인 문제여서 한두명이 돈을 인출해가면 다른 사람들도 인출하는 쪽으로 확산되는데 이 경우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최악의 경우 그 은행과 거래하던 다른 기관들도 부실화되며 연쇄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금이나 대손충당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험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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