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물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국내 일각의 여론상 멀다고 느껴질 수 있는 양국 관계가 12년 만의 양자 방문 외교를 통해 얼마나 회복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두 차례의 다자회의 계기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6일 일본을 직접 방문하는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러한 양자 방문 외교는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반항, 같은 해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그동안 한일관계가 경색된 기간이 길었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쉽게 만나지 못하면서 한일관계가 정체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윤 대통령이 당장 맞부딪힌 장벽은 징용 정부안에 대한 반대 여론 고조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이러한 반대 여론은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정도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방일 브리핑을 갖고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양국 간에 본격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을 다시 정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성한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징용 판결 문제 해법 발표 이후 이행을 포함한 한일관계 전반에 대한 정상화 방안 논의할 것이며, 다양한 이슈에 관해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경제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정책적 장벽들을 해소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과 만찬 행사를 통해 양 정상은 상호 간의 개인적 신뢰를 돈독히 다지면서, 양국관계 발전 의지를 서로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신뢰 구축은 앞으로 양국 국민 간 친선과 교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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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관건은 일본측의 사죄·배상안 진전 정도와, 그에 대한 한국측 반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상의 경우 일본측 피고기업이 가칭 미래청년기금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 과거사 사죄의 경우 일본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재차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한국측 반응이다. 징용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 13일 정부의 '제 3자 변제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측 피고기업이 참여하는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지원재단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절대 불수용'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징용 해법에 대해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실천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감수하고 스스로 결단한 고육지책임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징용 해법 후속조치에 대해 기자들을 만나 "그와 관련된 후속조치가 관계 부처 간에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셔틀외교가 정상 수준은 물론이고 고위급, 장차관 수준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발하게 진행 될 것"이라며 "일본이 호스트로서 윤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분야별 협력 사업을 발굴해서 추진해달라"고 지시하고 나섰다.
이번 방일을 통한 징용 해법 구체화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 가시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여론이 계속 비판적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한국 정부 자체적으로 한일 협력 사업을 실행에 옮기려는 복안으로 읽힌다.
지난 정권 내내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실효적인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인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이 풀린 이후 양국 국민들의 방문 수요와 친밀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12년 만의 한일 셔틀외교 재개와 그 후속조치가 반일 감정이라는 악순환을 끊기에 충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