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탈' 우려에도 사용처 제한·수수료 부담에 도입 고심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 첫날부터 인기몰이를 하면서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지난 21일 국내에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국내 대부분의 경쟁 카드사들도 애플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으나 NFC 단말기 보급과 수수료 문제 등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출시 첫날인 21일 오전까지 집계한 애플페이 등록자가 17만명을 넘어섰고 오후에는 토큰 발행 건수가 100만건을 돌파했다. 애플페이 토큰은 신용카드를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발행하는 번호다.

   
▲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21일 한국 시장에 출시됐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만 애플페이 등록자가 17만명을 넘어섰고 오후에는 토큰 발행 건수가 100만건을 돌파했다./사진=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1일 오후 10시 기준 애플페이 토큰 발행이 100만명을 넘었다"면서 "애플팀은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데 구체적 의미와 기준은 천천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현대카드가 발급한 비자·마스터카드 제휴카드 또는 국내 전용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 아이폰 충성 고객이 적지 않은 만큼 애플페이 도입으로 카드업계에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당분간은 현대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대카드에 시장점유율을 뺏길 위기에 놓은 다른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대카드의 신규 체크카드 발급 수는 15만6000장으로 직전 분기 11만장보다 41.82% 급증했다. 애플페이 도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신용카드 이용 실적 기준)은 신한(19.6%), 삼성(17.8%), 현대(16.0%), KB국민(15.4%) 등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 4위였던 현대카드가 3위로 올라선 것이다.

다만 인프라 구축과 애플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 부담, 낮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보급률 등이 문제로 꼽힌다. 애플은 과거에도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이러한 문제들로 도입이 지연돼왔다.

현재 애플페이는 가맹점 결제 수수료 전액을 카드사에 부담하는데 그 수준은 건당 0.15% 수준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는 대비된다.

또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애플은 NFC 방식을 통해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 대부분은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을 쓰고 있다. 

NFC 단말기는 한 대당 평균 20만원 가량으로 가맹점주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제한적으로 일반 식당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어렵고 대중교통 결제도 지원하지 않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용처에 제약이 많고 단말기 보급 문제도 있어서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아이폰 사용 고객들은 애플페이 도입을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보니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해서 사용을 하겠지만 추가적인 혜택이 있지 않은 이상 사용할 메리트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중교통 지원이 되지 않는 한 결국 애플페이 외에 또 다른 카드 한 장을 들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확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들이 현재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애플에 수수료까지 주면서 확대를 해야하나하는 고민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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