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부가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69시간 근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가 극단적인 사례로 근로시간제도 개선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현행 주 52시간 제도로는 갑작스러운 업무 증가나 불규칙한 업무 발생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는 것도 이번 개정안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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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69시간 근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가 극단적인 사례로 근로시간제도 개선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24일 재계에 따르면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연장근로의 단위 기간을 현행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후 일각에서는 정부가 “69시간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세간에서 일고 있는 이 같은 주장은 ‘왜곡’이라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확대되더라도 일각의 주장처럼 주 69시간 장시간 근로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연장근로를 하고 있는 302개사를 대상으로 ‘정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장근로제도가 개편되더라도 우려와 달리 많은 기업들은 주 60시간 미만으로 운영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변경할 경우 주 최대 예상 근로시간을 묻는 설문에 ‘52시간~56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고, ‘56시간~60시간 미만 응답’이 34.3%로 뒤따랐다.
이어 ‘60시간~64시간 미만’(16.0%), ‘64시간~68시간 미만’(5.9%)의 순이었으며, ‘68시간 이상’이라는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 개편이 입법논의도 하기 전에 장시간근로 논란으로 기업혁신과 근로자 휴식보장이라는 개편취지가 훼손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근로자의 건강보호와 근로시간 효율적 운용이라는 취지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주40시간과 주당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업종의 특성이나 기업의 상황에 따른 갑작스런 업무증가나 불규칙한 업무의 발생에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은 전날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이번 정부 개편안은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월 단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연장근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서면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노동계가 극단적으로 한 주에 최대로 가능한 근로시간 길이만을 강조해 개선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측 역시 현행 52시간 제도로는 기업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같은 날 “개편안은 중소기업의 불규칙적인 연장근로 대응과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최근 근로시간과 관련해 왜곡된 주장들이 남발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논의와 소통을 다양화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경직적인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유연근무제는 사용기간이 너무 짧을 뿐만 아니라 도입절차가 까다로워 활용에 제한이 있고,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업종별 노동력 부족현상, 생산성 감소가 산업리스크로 작용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유지‧창출을 위해 근로시간법제 유연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최근 정책적 혼선과 홍보부족 등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의 진의가 왜곡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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