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연극 무대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 '불멸의 여자'가 '스테이지 시네마'라는 독특한 형식의 장르 탄생을 알렸다.
'불멸의 여자'는 일상 속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연극 '불멸의 여자'를 영화화한 작품.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강요당하는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과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 반품을 요구하는 갑질 손님 정란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파격 잔혹극이다.
'불멸의 여자'는 연극적 재미와 영화적 재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매우 독특한 형식의 영화로, 영화를 본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 '스테이지 시네마'(Stage Cinema)라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 장르를 제안했다.
최종태 감독은 '스테이지 시네마'의 특징에 대해 "연극 무대를 영화의 스토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을 떠올린다. 이유는 그 영화의 스토리 공간이 마치 연극의 무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도그빌'은 연극 무대가 아니라 촬영 세트장을 연극무대처럼 꾸며 놓은 것이다. 그 점이 '도그빌'과 '불멸의 여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도그빌'과 달리 '불멸의 여자' 속 공간은 실제 연극 무대이다. 또한 영화의 관객들도 스크린에 보여지는 장면들이 연극의 일부임을 알고 있다. 실제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에 카메라, 조명, 음악 등 다양한 영화적 언어들을 창조적으로 융합한 새로운 형식의 영화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봉준호 감독은 '불멸의 여자'가 보여준 새로운 형식의 장르에 '스테이지 시네마'라는 이름을 제안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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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불멸의 여자' 스틸컷 |
관객, 배우, 희곡 이 세 가지를 일반적으로 '연극의 3요소'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연극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펼쳐진다. '스테이지 시네마'는 여기에 카메라가 추가된다. '스테이지 시네마'에서는 카메라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에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배우는 관객이 아닌 카메라를 대상으로 연기를 하며, 카메라는 연극에서는 볼 수 없는 배우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고,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여 배우의 동작을 따라가기도 하고, 그들의 연기를 제3의 시점에서 몰래 엿보기도 하고, 때로는 배우의 움직임과 연기를 실제와는 다른 느린 동작으로 재현하기도 한다.
'스테이지 시네마'에서 관객은 소극장의 관객에서 영화관의 관객으로 대치된다. '불멸의 여자'는 텅 빈 영화관 객석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한다. 이어 영사기에 불이 켜지고 스크린에 연극 무대와 객석이 보인다. 영화관의 객석과 연극무대의 객석이 동시에 보이다가, 카메라가 천천히 스크린으로 다가가면서 영화관 객석은 사라지고 온전히 연극 무대만 남는다. 그때 연극 무대는 3차원의 입체적인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 위의 평면적인 영화적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연극이 스크린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배우들의 연기도 변화가 생긴다. 연극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 때문에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대사도 큰 소리로 연기를 해야 하지만, '스테이지 시네마'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은밀한 대사는 더욱 은밀하게, 놀라움과 광기의 대사는 더욱 크고 강렬하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또 최종태 감독은 다수의 연극 연출 경험을 살려 연극 무대에서 관객과의 거리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때론 섬세하게, 때론 더 폭발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1920~1930년대 독일 표현주의를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 중 독일의 표현주의 희곡작가인 베트톨트 브레히트가 주장한 소격 효과를 이용하여 국민적 이슈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갑질'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전달한다.
봉준호 감독은 "연극 무대라는 세팅을 5분 만에 잊게 만드는 예리한 카메라워크, 편집, 음악 등등 풍성한 영화적인 표현들 덕분에 하나의 '시네마'로 남게 되는 작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연극의 무대를 영상으로 옮긴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연극을 영상으로 재현하고 각색한 영화들이 많았지만 '불멸의 여자'는 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에 출연 배우들 또한 연극배우들을 똑같이 캐스팅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웃음을 장착하고 완벽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희경(이음)과 승아(이정경)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는 물론,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샀는데 오히려 눈가 주름이 더 늘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 정란(윤가현)과 상냥한 미소와 함께 자주 방문해 물건을 교환해가는 의문의 고객 지은(윤재진)까지 출연해 원작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이들 또한 연극과는 다른 연기와 현장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소감을 전해 영화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불멸의 여자'는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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