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숙의의 장 '하우스 어셈블리', 연금개혁 무능 정치권에 '레드카드'
윤석명 박사 "미래세대에 무책임하게 부담 전가하는 것 아닌 공적연금 강화"
MZ패널 김동민 "이럴거면 국민연금 폐지하자, 사실상 국가차원의 폰지사기"
유의동 의원 "시민과 함께하는 공론의 장에서 연금개혁 실마리 찾을 것"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6일 여의도에 모인 연금 전문가와 시민들은 국민연금 개혁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에게 '레드카드'를 날렸다.

포문을 연 것은 공적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지난 6일 유의동 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서 "2022년 출생률 0.78의 의미는 70만-100만명 세대를 24만명 세대가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윤 연구위원은 "(이는) 그 어느나라보다도 몇 배 더 강력한 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라며 "공적연금 강화란 명목으로 현행 국민연금의 틀을 유지한 채로 보험료를 조금 인상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린다면, 역진적인 소득재분배를 심화시키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고소득 직장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면서, 정작 그 부담은 젊은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개혁은 개악이며,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 공적연금에 대한 대안으로 "OECD 회원국의 약 70%가 도입한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와 2022년 OECD가 권고한 '공적연금 통합 운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에게 무책임하게 부담 전가 방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을 계속 미루면,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4월 6일 유의동 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협동조합하우스 제공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4월 6일 유의동 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협동조합하우스 제공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개혁의 시점은 이미 한참 지났다"며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서 계속 미루는 무책임 정치에 신물난다"고 밝혔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 없는게 아니라 정치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 상대방을 감옥에 보내는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니 대한민국을 만든다 생각하고 각 세대, 지역, 성별, 분야 등 대표자들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만든 합의안으로 결정권자들을 압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또다른 토론 패널 이창곤 한겨레 선임기자는 이날 "연금개혁의 성패는 실은 구체적인 방안보다, 얼마나 관련 당사자들과 합의나 정치적 타협을 끌어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곤 선임기자는 이어 "연금개혁은 그래서 정치, 정치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MZ패널로 참석한 김동민(대학생) 씨는 국민연금에 대한 MZ세대의 민심을 고스란히 전했다.

김동민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럴거면 국민연금을 폐지하는게 낫다"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폐지하고 원금 돌려받자'는 의견에 60%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는데 이는 실제 MZ세대의 바닥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라고 나와 있는데, 이것이 현재 국민연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 연구위원은 "젊은세대가 폰지사기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동의하고 나섰다.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4월 6일 유의동 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협동조합하우스 제공
   
▲ 4월 6일 유의동 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 국민 참석자 일동이 레드카드를 들고 여야 정치권을 향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진=협동조합하우스 제공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폐지를 이야기 할 만큼, 국민들은 현 국민연금의 기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의동 의원은 "그만큼 연금개혁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하는 공론의 장'에서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는 여의도에 토론-숙의의 장을 열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앞으로 '하우스 어셈블리'는 시즌별로 저출산 대책, 에너지 전환, AI시대 등 당면한 어젠다를 다룰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공간을 제공한 허숭 협동조합하우스 이사장은 "하우스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문화 운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며 "싸움판 여의도에서 상식과 토론을 꽃피우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