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대리했지만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을 무효로 만든 권경애 변호사가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연합뉴스가 숨진 박모 양의 유족 측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썼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에게 사과문을 써 달라고 했더니 못 쓴다며 외부에 알리지도 말아 달라고 했다"며 "이를 거절했더니 권 변호사가 한 줄짜리 각서를 썼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연합뉴스에 9000만원이 유족의 의사와 관련 없이 권 변호사가 임의로 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한때 법무법인에 출근하지 않고 주변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잠적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박양의) 어머니와 대리인과 연락을 이어가고 있고, 유족 측과 연락을 끊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잠적설을 부인했다.

유족은 새 대리인으로 최근 양승철 변호사를 선임했다. 향후 유족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패소로 끝난 소송의 상소권을 회복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양이 지난 2015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면서, 유족은 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학교 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부모 1명이 유족에게 5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나머지 피고 33명에 대해선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패소한 가해 학부모는 유족을 상대로, 유족은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각각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권 변호사가 세 차례 재판에 불출석해 작년 11월 유족이 패소했다.

법원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유족의 항소는 기각하고 1심에서 패소했던 가해 부모의 항소는 받아들여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올해 3월에서야 권 변호사에게 물어본 끝에 관련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SNS에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 변호사는 재판 불출석 기간에도 SNS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등 외부활동을 이어갔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회장 직권으로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변협 회장은 징계 혐의가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다.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