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등 강경기조 속에서도 끊임없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데도 북한이 군사도발을 이어가는 이유는 현재 신냉전 구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일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학술회의에서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신냉전 구조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명시적·묵시적 지원과 협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이런 가운데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대미관계 개선 가능성은 열어놓을 것”이라며 “대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쳐 중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하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추진은 자신들의 생존력과 대미 협상력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카드”라며 “생존력과 협상력 중 어느 쪽을 우선할지는 당시 국면에 맞게 결정하되, 생존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생존+α’라고 기대가 되어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이런 정세 인식을 갖고 있다면 상당 기간동안 남북관계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하고, 아울러 “만약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결단하더라도 실행 속도를 조절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스윙보터(swing-voter)로 역할하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에 대해선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고,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 등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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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2023.3.2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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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고, ‘대화와 대결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전통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오히려 북한은 자신들의 도발에 대해 자위적 조치 및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남한의 군사적 조치를 위협 및 주요한 위기고조 요인으로 강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남한의 군사 대응조치를 핑계 삼아 도발의 강도를 더욱 끌어올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수준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이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군사적 움직임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실시간으로 맞대응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선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팃포탯’(tit for tat)의 악순환에 말려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는 ‘핵심 당사자’로 역할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담대한 구상’을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며 현실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 간 정치·군사적 사안과 관련한 내용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7일부터 남북 간 공동연락사무소 및 군통신선에 모두 응답하지 않으면서 남한과 ‘불통 상태’에 들어갔으며, 8일에도 군통신선의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아 이틀째 무응답을 기록했다. 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 주말에는 통화를 하지 않으므로 월요일까지 북한이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으면 또다시 의도적인 통신선 차단을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또 8일 ‘수중 핵어뢰’인 핵 무인 수중공격정 ‘해일’의 폭파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사일 탄두부에 총알을 끼우듯 탑재할 수 있도록 크기와 모양을 표준화한 전술핵탄두 ‘화산-21’을 공개하기도 한 북한이 4월 대형 도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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