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국과 유럽(EU) 등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목표치를 제 때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인 테슬라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반하는 중국 투자를 단행키로 하는 등 IRA 불협화음이 벌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의 인기 상승과 전기차의 충전 불편 등도 순수 전기차 보급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최근 미국과 유럽이 지나치게 높은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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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
◇ 美정부 눈치 안보는 테슬라…최대 고객 中 챙겨
1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상하이에 짓는 이 공장은 친환경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메가팩’을 연간 1만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3분기 중 공장 건설을 시작해,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의 대규모 중국 투자는 미국 정부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사항을 발표하며 전기차 분야에 대한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테슬라의 작년 매출 22.3%를 차지하는 해외 최대 시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고객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IRA가 시작 단계부터 흔들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정한 룰이 자사 이익과 맞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테슬라가 곧바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테슬라가 중국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정부와 주요 기업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미국 정부의 계획대로 전기차가 확산되는 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하이브리드차 쾌속 질주…신차 대기 1년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인기도 순수 전기차(EV) 확산과 배치된다.
완성차업계 및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국내 판매량은 27만 대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도 13.8%에서 16.3%로 확대됐다.
올해는 더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6만824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0% 급증했다. 휘발유차(19.4%), 전기차(22.7%) 등 다른 차종의 판매 증가율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에 하이브리드 신차를 구매하면 출고 대기에만 대략 12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훨씬 좋고, 전기차의 충전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한정적인 모델만 있는 데다 가격이 비싼 것을 확인하고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여전히 충전 대기 시간이 길어 이용에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편도 있어 전기차를 샀다가 팔고 하이브리드차를 새로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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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증가세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압도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7세대./사진=현대차 제공 |
◇ 美·EU 무리한 목표 설정, 실현 가능성 '불확실'
미국과 유럽이 내연기관 차량을 최대한 줄이고 전기차 보급을 확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그 대신 전기차 생산량 비중을 최대 67%까지 확대하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32년에는 미국 시장에만 약 12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불과 5.8%인 상황에서 9년 뒤 11배 이상 많은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U도 미국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지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은 지난해 전기차 점유율이 20.3%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보조금 혜택 축소 영향으로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고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판매량이 더 줄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EU의 설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과 EU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업체의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하고, 각종 보조금을 투입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접하도록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에 편중된 배터리의 안정적 수급 확보와 가격 방어라는 숙제도 있다. 이러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전기차 충전소 등 제반 인프라 설치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기차 보급을 늦추는 대외 변수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당국 규제나 목표 설정보다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과 사용 편리성 등의 이용 여건 향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며 "글로벌 단위로 봐도 당국 외에 제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유의미한 수준의 보급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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