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해부터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계가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지만, 최근 삼성 등 주요 업체의 감산으로 구매 심리가 살아나며 V자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13일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DDR4 16Gb(기가비트)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전날(10일)의 3.21달러보다 0.025달러(0.78%) 상승했다. DDR4 16Gb의 현물 가격이 전날 대비 오른 것은 지난해 3월 7일(7.873달러)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13개월 동안 하락했던 D램 가격이 처음으로 반등을 하면서 업황 개선에 시동이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부진은 우리나라의 무역적자와 궤를 같이 한다. D램 가격이 13개월 연속 하락하는 동안 우리나라도 13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자동차 분야가 9년 만에 반도체를 제치고 무역 흑자 1위에 올라선 것은 반도체 산업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하면서 재고 조정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에 ‘어닝쇼크’를 안겨줬던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도 하반기에는 개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로,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거래가격에 수렴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한다.
다만 소폭의 등락으로 향후 추세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전히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IT에 대한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V자 반등과 달리 L자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에 동참하면서 재고 조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전략을 바꿔 DDR4를 중심으로 감산에 동참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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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 동안 하락했던 D램 가격이 처음으로 반등을 하면서 업황 개선에 시동이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 장밋빛 미래를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 대열에 합류하면서 재고 조정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 반도체 인위적 감산...하반기부터 재고 조정 효과 기대
삼성전자의 동참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업계 모두가 감산에 들어가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정도에 감산 정책에 의한 재고 조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 선행지표로 꼽히는 D램 현물가격이 ‘도매가’에 해당하는 고정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감산을 발표하며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급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고객들 재고도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최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분기 6000억 원(7일 잠정 발표) △2분기 8530억 원 △3분기 4조464억 원으로 내다봤다. 또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6362억 원 △2분기 ―3조3275억 원 △3분기 ―2조4330억 원으로 예측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3분기(7∼9월) 업계 재고 안정화 및 하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선회(감산)가 확인될 경우 업황에 대한 눈높이가 제고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수요 회복’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침체로 악화된 소비 심리가 회복돼야 업황이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재고 물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실적 상승을 기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있어야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 긍정적 전망에 주가도 들썩...일제히 상향 조정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6%가량 줄어들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삼성의 감산 선언 이후 국내 증권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2분기부터는 재고가 줄어드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거듭돼 왔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으로 보는 구매자가 늘고 있다. “주로 삼성전자의 DDR4 D램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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