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달 초 강남 학원가에 배포돼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마약음료' 1병에는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이달 초 강남 학원가에 배포돼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마약음료' 1병에는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1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추정되는 한국 국적 이모(25)씨가 지난달 초 중학교 동창인 길모(25)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배송을 지시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길씨는 지난달 22일 마약 음료 제조에 쓸 중국산 우유를 국내에서 구입했다. 사흘 뒤인 25일 밤에는 인천 주택가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약 10g를 구매했다. 

배포 이틀 전인 이달 1일 새벽에는 강원 원주시 집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길씨가 마약음료를 100병 만든 점을 고려할 때 병당 0.1g의 필로폰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통상 0.03g 정도다. 
 
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 사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기억력 상승·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진행할 알바생 4명을 모집했다. 이 가운데 1명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다만 이들이 '마약음료'임을 인지한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지난 3일 오후 2∼3시 원주에서 택배와 퀵서비스로 배송된 마약음료를 전달 받은 알바생들은 '대치동 학원가'에 배포하라는 윗선 지시에 따라 오후 4시50분께부터 오후 9시께까지 2인 1조로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약음료를 나눠줬다. 중국에 있는 일당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받은 부모 번호로 이튿날 오전 협박전화를 걸었다.

마약음료는 모두 18병이 배부돼 이 가운데 8병을 9명(학부모 1명 포함)이 마셨다. 4병은 받기만 하고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6병은 계속 조사 중에 있다. 

피해자들은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경찰은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3.3배에 달하는 양을 투약했을 때 급성 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다"며 "급성 중독은 정신착란이나 기억력 상실, 심각한 신체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인 줄 모르고 마신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므로 적극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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