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금융혁신 포럼 기조강연…"정부 불확실성 해소 위한 규제 정책 신경써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25일 "전통금융 분야는 기존 인프라의 열세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금융 생태계의 중심이 되거나, 지속가능성 관련 금융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네거티브 금융규제, 감독체계의 재정립, 그리고 규제 샌드박스의 정교화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이 '미디어펜 2023 금융포럼'에서 '한국인의 금융 DNA'라는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한국금융 대전환기, 금융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과 글로벌금융학회가 공동주최한 '2023 금융포럼'에서 '한국인의 금융 DNA'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민관이 합동으로 금융산업을 키울 방안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강연을 통해 한국 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세 가지를 던졌다. 도발적인 세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금융산업에는 삼성전자 같은 존재가 없는 것인가? (2) 2022년 금융 및 보험업의 부가가치 기여도는 5.7%인데, 이를 금융 선진국처럼 두 자리 수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금융이 독자적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정부의 규제 때문인가? (3) 2008년부터 5차례에 걸쳐 3년 단위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일관된 금융중심지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왜 우리는 홍콩이나 싱가폴의 반의 반도 이루지 못했는가?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두 가지의 상반된 설명들이 존재한다"며 "그 원인을 과도한 정부의 규제에서 찾는 입장, 그리고 한국인의 금융 DNA에서 찾는 것 다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관치경제가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망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의 시장 개입은 폐쇄경제 아래 외환관리 중심으로 시작됐고, 고도성장 시기에는 프로젝트 선별과 신용 할당으로 투자자 역할을 했다. 반복된 외환 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정부의 입김은 줄었으나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관치 논란이 나오는 것은 재벌 문제에 집중한 은산분리와 금융 안정화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유산과 이자, 부채, 투자 등을 건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던 구세대 문화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관치가 금융경쟁력 악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일부 타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해외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한국의 국가 신용도를 높게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금융정책 위기관리 능력이라는 점"이라며 "카드사, 저축은행, PEF사태 등을 겪으며 금융당국의 적기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이는 오늘날 금융 안정성에 대한 신뢰의 바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인은 금융 DNA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글로벌 금융 시장, 특히 세계 3대 사모펀드의 리더쉽이 한국인들(조셉배 KKR 대표, 이규성 칼라일 전 대표, 마이클 채 블랙스톤 CFO)을 예로 들며 "한국인들이 금융에 약하다는 것은 DNA처럼 바꿀 수 없는 특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우리의 금융지형과 경쟁력은 관치라던가 한국인의 특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1) 수익과 성장의 부침에 따라 무자비한 고용변화를 감내할 자신이 있는가? (2) 은행ATM사용 건당 2천원을 지불하고, 잔고 유지 비용을 감내할 것인가? (3) 싱가폴 그리고 홍콩의 금융중심지 사람들처럼 사회적 문화적 금전적 비용을 감내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 경로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도달한 균형점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원장은 "금융부분이 추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세 가지 정도의 화두를 고민할 수 있다"며 "국제화로 전통(legacy) 금융업의 경우 나가는 것도 불러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국제화를 통해 레가시 금융의 후진국 진출은 물론 핀테크 등 신수종 금융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가 최근 김소영 부위원장 직속으로 '금융국제화대응단'을 신설하고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과 해외 투자 확대 지원 방안을 준비하는 것을 평가했다.

그는 "기존의 금융허브 추진 지역에 핀테크 산업 등에 특화해 역량을 집중하고, 세제 및 자금조달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해외 진출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허브 '디지털금융지원센터' 건립 설계 공모 시작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원장은 금융(은행) 전업주의에서 금융과 산업의 결합 추세, 종합금융그룹에서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화 추세, 전통(legacy) 금융에서 디지털 기반의 핀테크 기술 확산 추세를 언급하며,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이 임박하고 한국은행이 CBDC에 큰 관심 있는 것도 환경변화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지배력 및 수익성 악화, 핵심업무와 관련된 기술 기업 의존도 증가 문제가 있겠지만, 디지털화는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한 부수업무 확대, 플랫폼 강화에 따른 잠재고객 확보, 온라인 판매-중개에 탑재할 맞춤형 상품 기획 능력 제고 등 여러 긍정적 산업효과가 예견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미국 SEC 환경공시기준(climate-related risks) 및 국제회계기준재단의 지속가능성 보고기준 S1, S2가 발표되어 금융기업의 기업투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하며 "녹색채권, 녹색대출(전력, 가스, 수도 프로젝트 지원), 지속가능대출(ESG성과와 대출조건의 연동) 시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에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ESG대출과 지속가능대출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ESG를 표방하는 펀드의 실제 자산운용의 일치여부를 금융기관이 공시하도록 정책을 도입했고 우리도 ESG 펀드 공시기준 마련 TF 출범했기에 이 분야에도 금융업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 사회의 제도, 특히 금융 제도는 그 역사적 경로 의존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일종의 균형점"이라며 "우리나라의 금융의 경우, 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보다는 공공성 및 금융 안전성 관점에서 정부가 밀착 관리를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우리 제도를 설계할 당시의 국민들이 이자, 채무, 투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금융의 경제 내에서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그럼에도 금융부분이 추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세 가지 정도의 화두를 고민할 수 있다"며 "국제화를 통해 레가시 금융의 후진국 진출은 물론 우리의 금융 허브에 핀테크등 비레가지 금융을 선별 집중 투자할 수 있고, 디지털화로 경쟁을 촉진시키고, 규모를 키우며, 소비자 편익을 제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SG Focus를 통해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도할 수 있도록 금융에 정책적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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