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웨이퍼 투입을 증가시키는 등 향후에도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호황 사이클을 대비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전략으로 또 한번 초격차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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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경영진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2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DS 부문 사내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올해는 개발에서 웨이퍼 투입을 증가시켜 미래 제품의 경쟁력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R&D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 사장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해 9월 평택사업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들어 경쟁사와 격차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동안 연구개발(R&D) 투자가 적었던 부분이 있다”며 “부족한 점을 알고 있으니 잘 준비해서 격차를 다시 벌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 사장의 방침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R&D에 사상 최대인 6조5800억 원을 투자했고, 설비 투자에도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000억 원을 투입했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35.4%, R&D 투자는 11.14% 늘린 수치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중장기적으로 R&D 인력 확대, 웨이퍼 투입 증가 등을 통해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투자 결단은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방침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실적에 맞춘 투자가 아닌 적절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실천해 왔다.
특히 전 세계 D램 시장이 불황이었던 1990년대 초반, 세계 선두를 달리던 일본 업체들마저 신규 투자에 주춤하던 때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D램 업계 최초로 8인치 양산 라인인 5공장을 준공했다. 1993년 6월의 일이다.
당시 신경영에 한창이었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결단은 삼성전자가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로 떠오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반도체 D램 가격이 1년 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던 2001년에도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위해 수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하며 또 한번 도약을 꿈꿨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통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회장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총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흥캠퍼스는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및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 초석을 다진 곳이다.
삼성전자는 수요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으로 올해 1분기에 반도체에서만 4조5800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R&D 투자에 집중하며 초격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향후에도 삼성전자가 새로운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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