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일본이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려고 칼을 갈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고체 배터리 집중 전략에 맞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전기차 배터리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소니 등이 주도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으며, 불과 2015년만 해도 세계 자동차 리튬이온 전지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점유율 21.1%로 대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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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가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자동차 모습./사진=토요타 유튜브 캡처 |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CATL과 같은 국영 배터리 기업이 급성장했고,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특히 유럽에서 시장을 장악하면서 일본산 배터리는 과거의 지위를 잃었다.
이에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로 시장 판도를 뒤집을 심산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5조6000억 엔(약 54조5326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 주도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중국 내수 중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건너뛰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특허 개수 또한 일본이 37%로 가장 많다.
미국, 일본, 유럽 등 10개 국가·지역, 세계지적소유권기관(WIPO) 등 기관에 출원된 전고체 전지 관련 특허에서도 1위 토요타 1331건, 2위 파나소닉 445건, 3위 이데미쓰코산 272건 등으로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삼성SDI 포함)가 4위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5위 무라타제작소, 6위 LG화학, 7위 스미토모전기공업, 8위 후지필름, 9위 현대자동차, 10위 LG에너지 솔루션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특허 상위 10개 업체 중 무려 6곳이 일본 업체인 것이다.
일본 기업 중에서도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다.
토요타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약 1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닛산은 충전 시간을 기존 배터리보다 3분의 1로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2배 높인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1400억 엔(약 1조3610억 원)을 투입한다. 닛산은 2025년 시범 생산을 시작하고 2028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2024년까지 430억 엔(약4180억 원)을 투입해 도치기현 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실증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막셀은 웨어러블 기기 등 소용량 제품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20억엔(약 194억 원)을 투자해 생산 공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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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삼성SDI 부스 모습./사진=조성준 기자 |
한국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로 불리는 '삼성 DNA'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4년 후인 2027년 경으로 잡고 있다.
상반기 중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제품) 생산라인인 ‘S라인’를 구축하고 있으며, 하반기에 소형 샘플 셀 생산을 시작해 성능 테스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메인으로 꼽히는 황화물계 배터리를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으며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매출 대비 3.4%인 8760억 원을 전고체 분야에 투입했다.
SK온도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 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및 글로벌 품질관리센터(G-VC)를 신설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빠르게 특허 건수를 늘리며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 뒤 2030년 쯤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배터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에서도 삼성SDI 등이 기술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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