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불법투자 의혹을 받는 김남국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을 향한 여론의 질타는 갈수록 각이 가파르다. 물론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국민의힘과 여권의 ‘카더라’ 의혹 제기는 걸러져야 하겠다. 하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자질 문제는 민주당 윤리위원장도 우려를 표할 정도이니 심각하다.

김 의원이 1982년생이니 1952년생인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과 정확히 30년 차이다. 민주당 정체성의 이념적 그루이자 존경받는 원로인 이 고문도 김 의원과 같은 나이인 40세에 자진 탈당한 적이 있다. 김 의원과 같은 초선 의원 때이다. 이러니 김 의원과 이 고문이 공통점이 눈에 들어오나 사실 두 사람은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점만 빼면 정치 행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고문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를 읽다 보면 탈당 이유가 상세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총재였던 평민당 소속 초선 의원이었던 이 고문은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와 정치적 거래를 통해 얻어낸 지방자치제를 민주주의 완성을 향한 출발로 여겼다. 관악지구당 위원장으로서 4명의 출중한 인물을 엄선해 광역의원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공천심사 과정에서 1명이 탈락했다. 추천 후보 4명 중 1명의 탈락이었지만 적임자가 아닌 후보의 끼어들기 공천에 반발한 이 고문은 탈당했다. 그것도 절대권력을 가진 김대중 총재의 비민주적 당(黨)운영을 비판하는 명분을 가지고.

김 의원의 탈당은 초고도 위험자산인 코인의 불법거래 의혹에서 기인한다. 검찰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한 불법거래를 했는지 수사 중이지만 여론의 관심은 다르다. 코인 투자에 친근한 20~30대 청년층은 짧은 시간 수십억 원을 불린 김 의원의 투자 능력을 부러워하면서도 현역 국회의원이 전업 투자자와 같은 삶을 살면서 의정활동이 가능했는지 의문을 표하며 심각한 박탈감을 호소한다. 특히 김 의원이 인정한 국회 상임위원장에 앉아 코인을 거래한 사실에 반발한다. 거래 대금이 수천 원에 불과하다는 해명은 국회의원직에 대한 천박한 의식의 고백으로 개인 일탈의 절정이라는게 여론의 지적이다.

   
▲ 김 의원이 1982년생이니 1952년생인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과 정확히 30년 차이다. 두 사람은 40세에 자진 탈당한 경력만 빼면 정치 행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이 고문은 당내 제왕적 권력을 가졌던 DJ를 직접 비판했던 만큼 당내에서는 이 고문이 버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고문 역시 정치적 신념에 따른 단절이었기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김 의원이 생즉사(生卽死)라면 이 고문은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이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와 식사 하면서 김 의원의 트렌디한 정치 양태를 접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은 김 의원이 돌출 행동을 자주했다는 회고다. 대통령 후보가 유세장에 입장하고 있는데 수행 실장은 자신의 유튜브를 이용해 자신의 활동상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휴대폰 화면을 향해 “지금 후보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라는 중계성 멘트를 계속 날려 당직자들을 황망케 했다는 전언이다. 
1992년 노무현 의원(당시)의 중재로 DJ와 화해한 이 고문은 당무기획실장으로 대한민국 정치사를 바꿀 선거를 치러냈다. 이 과정에서 최초 당무 인력을 공개 채용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대선에서 패한 후 철저한 반성과 준비를 통해 1997년 대선 승리의 밑돌을 놓았다. 

정치권 입문 과정도 사뭇 다르다. 김 의원의 정치 인생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맥이다. 그는 핍박받는 조국을 지켜내자는 ‘개싸움 운동본부’의 주력이었다. ‘조국백서’ 에도 간여하면서 문재인 지지층의 팬덤에 편승하더니 조국 교수에 비판적이던 당내 인사들까지 무차별 공격하며 당파 전위부대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 같은 활약에 김 의원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안산지역 텃밭에 무경합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 고문은 달랐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투옥된 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모두 조작사건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고문 등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개인적 영달이 아닌 역사의 진전을 위한 신념을 가다듬었다. 제도권 정치를 위해 투쟁성만 앞세우지 않고 전문성을 가지려 노력했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늘 상위권을 기록한 성실함과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 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정을 받았다.

과반이 넘는 국회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 민주당이 위기다. 벌어진 사안보다는 구성원의 반동적 역사의식과 공감능력 부족이 더욱 문제다. 여기에 여론조사의 숫자는 등락을 거듭하는 클리셰에 불과하고 결국 선거 때가 되면 차악의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표를 얻을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존재한다. 일부지만 민주당내 반 역사적이고 패륜적 전략이 숨어있음을 본다.
특히 여론은 ‘김남국 구하기’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은 오히려 민주당의 숨어있는 기득권 수호의 저렴한 동류의식을 보았다.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나 국민정당이 아닌 기득권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또 다른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인식한다.
민주당은 회복 탄력을 가진 자산을 일깨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겸 주필
[미디어펜=김진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