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 1분기 은행권의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연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이 소폭 개선된 반면, 가계대출이 악화된 까닭이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출상환능력이 뒤처지는 가계(중·저신용자)와 기업(중소기업, 중소법인·개인사업자)에서 부실이 두드러졌다. 대출 부실화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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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분기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이 지난해 연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이 소폭 개선된 반면, 가계대출이 악화된 까닭이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출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계(중·저신용자)와 기업(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에서 부실이 두드러졌다. 부실대출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
3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3월 말 NPL비율은 0.41%로 전분기말 0.40% 대비 0.01%포인트(p) 상승했다. 2020년 2분기부터 코로나 금융지원 등으로 개선되다가 지난해 말 다시 높아져 2분기 연속 오름세다. NPL비율은 은행 총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즉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총대출(여신) 2541조원 중 부실채권은 10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3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이 8조 2000억원, 가계대출이 2000억원, 신용카드채권이 2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부문별로 부실채권비율을 살펴보면, 기업대출이 0.50%로 전분기 대비 0.02%p 하락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기업대출이 0.11%p 하락한 0.49%까지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종소법인·개인사업자)대출이 0.04%p 상승한 0.57%로 악화됐다.
가계대출은 0.23%로 지난해 말 0.18% 대비 0.05%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이 0.02%p 상승한 0.14%, 기타 신용대출이 0.11%p 상승한 0.45%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말 0.91% 대비 0.29%p 악화된 1.20%까지 치솟았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금리가 높은 카드론이나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에 얽매이게 되면서 부실화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습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은 직전과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다만 최근 거듭된 금리인상 여파에 가계에서는 중·저신용자가, 기업에서는 중소기업이 각각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고정이하' 가계대출 올 연말 3조 육박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에서 "금융권 가계대출은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6.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8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과도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 가계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도 14%에 육박하는데 주요국들이 5~8%인 점에 비춰 보면 차주의 상환능력 면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NPL비율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대출 중 NPL비율과 거시변수들의 계량모델을 추정해 올해 NPL비율을 예측한 결과, 올 연말 NPL비율은 0.33%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에는 0.18%에 그쳤다. 이를 가치로 환산하면 지난해 말 1조 7000억원에서 올 연말 3조원까지 급증하는 셈이다.
결국 고금리 위기 속 가계 NPL비율 하락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달린 것인데,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서의 지속적인 원리금 상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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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부실채권 신규발생 및 정리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IMF "한국,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과다"
지표상 문제 없어 보이는 기업대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9일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부채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고금리에 취약한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IMF는 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부채가 전체 기업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집계했는데, 우리나라가 22.1%로 주요 12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인도 31.1% △태국 28% △중국 25.8% △인도네시아 22.7% 등이었다. △베트남 18.3% △일본 15.8% △말레이시아 13.3% △홍콩 7.8% △싱가포르 6.6% △호주 6.3% △필리핀 3.3% 등은 우리보다 낮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함을 뜻한다. 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들이 차지하는 부채가 많다는 건 그만큼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MF는 "저금리 시기 대출을 크게 늘린 산업군들이 우려스럽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은 기준 금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경우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고, 특히 부동산과 건설 부문이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은행권 건전성 악화 우려, 현재로선 시기상조
궁극적으로 '고금리 리스크'가 가계·기업대출 부실을 야기하는 모습인데, 이러한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당국은 금융권의 대출부실 우려를 과도하다고 평가하며, 불식을 잠재운 바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최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 이후 백브리핑에서 "4월 중 가계대출이 소폭(2000억원) 증가 전환했지만 금년 중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연체율도 최근 상승하고 있으나 과거 추이를 감안할 때 양호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 부실채권 현황 자료를 통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및 고금리 우려 등을 감안해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하는 한편, 예상손실모형 점검 및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선임연구위원도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NPL 비율이 급반등한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말 은행권 자기자본이 279조원이고,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상회한 점을 고려하면 은행산업 전체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2012년 이후 급락하던 NPL 비율이 갑자기 급등으로 전환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기간과 수준까지 진행될 것인지가 문제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은 거시변수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NPL 비율 변화도 예의주시하는 한편 가계대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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