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선대회장, 1993년 6월 7일 신경영선언으로 새 역사
세상은 기업이 발전시켜…기업인들, 척박한 환경서 고군분투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전날 ‘타다’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 4년 만의 무죄 확정이다. 다만 이미 ‘타다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상태여서 해당 사업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 최악의 사례다. 당시 정치권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기 보단 눈앞의 이해관계와 타협해 혁신을 파괴했다. 언제든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도 나쁜 전례로 남게 됐다.

정권이 바뀐 후에 ‘혁신은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나온 점도 찝찝하긴 마찬가지다. ‘재벌 개혁’을 기치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서 죄였던 사안이,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무죄로 판명됐으니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입법과 사법, 행정이 분리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후지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런 부분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별 수 없다”고 얘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바로 잡는 것이 정치권이나 법조계의 직업 윤리 아니었던가? 지금은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그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른다. 합법이었던 것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되고, 불법이었던 것이 다시 합법이 되는 세상에서 누가 마음 놓고 자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되풀이 될 때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일침이 떠오른다. 이는 이 선대회장이 1995년 4월 중국에서 장쩌민 수석과 리펑 총리를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로, 그는 “우리가 일류국이 되려면 기업은 물론 행정, 정치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장래를 책임지는 정치인과 관료, 언론인, 기업인이 제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다.

이 선대회장의 이 같은 고민은 다년간 지속된 것이었다. 그는 우선 자기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경제사에 길이 남은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꿔라”라는 신경영 선언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1993년 6월 7일의 일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정치와 행정의 경우 발전 수준을 논하기에 미미한 수준이지만, 삼성은 명실상부 1류 기업이 된 것이다.

올해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발전시킨 것은 정치나 행정이 아닌 기업이었다. 각종 규제와 일관성 없는 판결,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권의 기조 속에서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타다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이동 문화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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