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22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최대 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야당계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비롯 국내 부동산 PF대출 부실 등 대내외 악재가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뱅크런(현금대량인출) 우려를 막을 수 있는 예금자보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강 의원 등 같은 당 의원 10인은 예금자보호 지급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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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최대 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야당계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됐다./사진=김상문 기자 |
예금 보험금을 5000만원을 원칙으로 하되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예외적으로 부보금융회사(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제도권 금융사)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고려해 매년 2억원의 범위에서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예금보험위원회가 예금 보험금의 지급 결정 과정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2명의 위원을 예금보험위원회에 추가하도록 했다.
강 의원은 "예대금리차에 따른 차등적 보호한도를 설정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은행 간 예대마진 축소 경쟁을 유도해 은행의 과도한 이자놀음을 방지하는 유인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예금보험한도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돼 22년째 동결인데, 해외 주요국에 견주면 매우 낮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25만달러(한화 약 3억 3080만원) △독일 10만유로(약 1억 4154만원) △영국 8만 5000파운드(약 1억 3935만원) △일본 1000만엔(약 9474만원) 등이다.
또 국민 소득수준과 부보예금도 과거 대비 급격히 오른 만큼,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01년 1만 1563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3만 2410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부보예금(예금 중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도 2001년 426조원이었는데 지난해 이보다 7배 급증한 2884조원에 달했다. 특히 보험한도 5000만원을 넘는 예금 비율이 지난해 말 예금잔액의 66.5%(1175조 9000억원)를 기록한 점에서, 본격적으로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실제 공포될 지는 미지수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자의 보험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발의건은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다. 올해에만 야당계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이 총 여덟(강 의원 발의안 포함) 차례 발의됐다.
2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계 의원 15인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까지 상향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주호영 의원 등 10인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이성만 의원 등 18인은 지난 4월 금융회사의 파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시 예외적으로 지급한도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발의했고, 서영교 의원 등 11인도 지난달 4일 예보가 금융위원회의 승인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보험금의 한도를 초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된 지 약 20여년 흐른 데다 최근 금융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급격한 한도상향은 은행들에게 분담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인 인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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