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만 19~34세 이하의 청년층이 5년간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청년도약계좌'가 지난 15일 본격 개시했다. 정부와 당국의 기대에 부응해 개시 첫날 가입자 수는 8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여파로 과거 대비 증시가 불안정한 데다, 주요 은행권이 판매 중인 예적금 상품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가입자가 앞으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연내 추가 금리인상 예고가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6%의 수익률은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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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9~34세 이하의 청년층이 5년간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청년도약계좌'가 지난 15일 본격 개시했다. 정부와 당국의 기대에 부응해 개시 첫날 가입자 수는 8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김상문 기자 |
1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중은행 11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JB전북)이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을 받은 결과, (전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약 7만 7000명이 상품을 가입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상품이다. 청년들이 매월 40만~70만원을 5년간 불입하면, 기본금리와 금융권의 우대금리, 정부 기여금 등을 포함해 최대 약 5000만원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입 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다.
은행들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는 21일까지 출생연도 기준 5부제로 신청을 받는다. 전날은 출생연도가 3이나 8로 끝나는 청년만 가능했고, 이날은 연도가 4나 9로 끝나는 청년만 신청할 수 있다.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는 청년층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8만명, 흥행이라 볼 수 있나
앞서 금융위는 이 상품이 출시되면 300만명의 청년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날 실적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입 가능한 전체 청년층 중 몇 명이나 가입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절대값으로는 많아 보이는데 한편으로 청년층 인구를 고려하면 평범한 수치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으로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를 제외한 실적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상품도 청년층을 타깃한 것으로 월 50만원 한도로 2년간 불입하면 최고 연 10%(기본금리 5%, 우대금리 최대 1%포인트, 세제혜택 반영시 최고 10% 효과)의 금리혜택을 누릴 수 있다. 희망적금 가입자는 도약계좌에 중복으로 가입할 수 없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이 상쇄된 부분이 있고, 제한조건에도 불구 가입자가 8만명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입할 수 있는 청년층이 크게 줄어들었고, 5부제 적용으로 일일 수요도 분산된 만큼 꽤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5천만원 마련 버거운데…가입자 이탈 없을까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최대 70만원을 불입하고 은행들이 제시하는 우대조건(△급여이체 △마케팅동의 △카드실적 △최초거래 등)을 충족해야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금리는 기본금리가 3년간 연 4.5%(4년차부터 변동금리)에 은행별 우대금리 최대 1%p, 저소득층 우대금리 0.5%p(은행 공통) 등으로,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연 6%를 기대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청년도약계좌 비대면상담센터를 방문해 "청년도약계좌가 연 7% 내외부터 8% 후반의 일반 적금(과세상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언급했다.
다만 불입기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기본금리가 변동금리로 바뀌게 돼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불입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기대수익 5000만원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서는 이 상품을 해지할 가입자가 매우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금리가 연 4.5%에 달하는 데다 중도 해지 시 3년간 불입한 자금의 금리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3년 정도 유지했는데 4~5년때 변동금리라고 해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해지 시 기존 3년 금리도 중도해지이율이 돼 버리는 만큼,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가입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3년 동안 (기본금리인) 연 4.5%를 주는 예금상품이 시장에 없는데, 이 상품은 정부보조금도 받을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며 "주식이나 가상자산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가입자들이 중도 해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급격한 자산시장 위축 속 향후 금리추이가 '우하향(점진적 하락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6%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가입취소가 적절치 못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동결' 여파에 당장 우리나라도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1~2년 금리추이가 우하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와 시장환경이 꽤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최고 연 10%의 금리혜택을 누릴 수 있어 출시 초기 가입자 수가 약 286만 8000명에 달했는데, 지난해 말 가입 유지자는 241만 4000명에 불과했다. 10개월여만에 약 45만명이 이탈한 것이다.
다만 당시에는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시장 활황 속 금리상승기였던 터라, 10%의 수익률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이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변동성)을 보였던 만큼, 자산형성에 목마른 청년층으로선 예금상품이 매력적이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최근 시장에서 6%의 이자를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 없는 만큼, 일종의 보험 개념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추천한다는 설명이다. 또 급전이 필요할 경우 예금을 담보로 저금리에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희망적금을 팔던 시기에는 금리가 뻔히 오를 것으로 보였고, 고금리 상품도 하나둘 나왔다. 그런데 주식도 활황이다보니 중도이탈자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주식이나 코인이 모두 위험하고 금리도 곧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해지율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예금 지불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가입자들이 부모의 도움으로 상품 가입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모가 자녀의 고정비용을 대신 내어주는 대신, 자녀가 근로소득을 예금에 불입하는 식이다. 일종의 합법적 증여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품혜택이 매우 좋은 편이다. 다만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부담하기 큰 액수인 터라, 부모가 대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역마진 불가피하지만 고객유치 효과도"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가 관치로 기획된 만큼, 역마진을 띨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 상품 금리가 시중 예금금리 대비 높은 데다, 불입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대출금리가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금리를 누르고 있는데, 조달사이드에서 조달내부금리가 오르면 은행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수익성이 많이 저하된다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비용의 일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금리는 내려갈 것 같은데 우대조건도 그렇고 기본금리를 3년간 고금리로 줘야 하니 은행으로선 역마진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상품기획부서에선 '마이너스'겠지만,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마케팅부서에서는 어차피 써야 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볼 것이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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